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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Jun 14. 2021

내 생애 첫 템플스테이

갈까 말까 고민된다면



 최근 며칠 마음이 들뜨고 좋지 않았습니다. 뭐든 '하기 싫다'는 마음이 올라왔죠.


아침에 일어나기 싫다

출근하기 싫다

일하기 싫다

운동하기 싫다

책 읽기 싫다

거기에 이어서.. '글쓰기 싫다'의 생각까지 이르게 되자 이래선 안된다는 심각성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글쓰기'마저 하기 싫다니.. 뭔가 문제가 생겨도 단단히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죠.

계속 늘어지는 몸에 흩어지는 정신을 다잡고 꾸역꾸역 감사일기를 쓰며 헤쳐나가려고 했지만 쉽사리 흩어진 마음이 한 데로 모이지가 않았습니다.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평소 관심 있던 템플스테이가 번뜩 떠올랐고, 불같은 실행력을 발휘하여 마감 임박 전 예약하고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모든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지만, 특히 이런 분들에게 강력 추천드립니다.






1. 일상의 무료함에 지쳐 리프레쉬가 필요하신 분


 챗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에 무료함을 느끼는 분이 계시다면 강력 추천합니다.

일단 좋은 공기와 탁 트인 환경에 리프레쉬가 되거든요. 특히 도심에서 생활하는 분의 경우, 바쁘고 반복되는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 자연환경을 보다 보면 절로 치유가 됩니다. 

 돌 틈에 핀 꽃도 정말 예쁘고, 새벽에 걷는 산책길의 물안개도 아름답고.. 평소 별생각 없이 흘려보냈던 일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됩니다. 여행과 비슷한 효과이지만 여기에 좀 더 '힐링'이 첨가되었다고 할까요. 사실 여행은 그래도 관광지를 다녀야 한다는 부담이 있을 수 있는데 템플스테이는 한 곳에 머물기 때문이죠. 같은 절에서 이틀 이상의 시간을 보내다 보면 내가 그곳에 상주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만큼 리프레쉬 효과가 뛰어납니다.



2. 내 마음속 소리를 듣고 싶으신 분


 평소 우리는 많은 소리에 노출되어 살아갑니다. 사람들의 고함 소리, 차의 경적소리, 시끄러운 음악 소리 등 도시에서는 여러 소음에 파묻혀 마음속 깊이 도사리고 있는 마음속 소리는 잘 듣지 못하기 마련이죠.  

 하지만 절에서의 기본 원칙은 '묵언'입니다. 다른 이들의 묵언과 나의 묵언이 모아져 마음의 소리가 존재할 공간이 더 넓어지게 됩니다. 처음에는 할 말을 못 한다는 게 굉장히 답답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지금까지 내가 하고 살았던 말 중에 정말 필요한 말이 얼마나 되었는지를 되짚어보게 됩니다. 불필요한 말을 덜어냈을 뿐인데 마음이 차분해지고 고요해짐을 느낄 수 있구요. 고요한 곳에서 마음을 정갈히 하고 묵언 수행하다 보면 저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소리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다른 이들에게 물었을 질문에 대한 답도 사실은 내 안에 있었음을 깨닫게 되구요.



3. 이유 없이 우울하신 분


 절에서의 시간은 바쁘게 흘러갑니다. 새벽 5시 50분 아침 공양, 11시 10분 점심 공양, 4시 50분 저녁 공양까지. 중간중간 예불을 드리고 산행을 하다 보면 우울할 틈이 없죠. 정적인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무료할 새가 없습니다. 저는 휴식형과 체험형 템플스테이 중 휴식형을 선택해서 덜 빡빡했지만, 체험형의 경우 108배, 염주 만들기, 싱잉볼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체험하기에 더욱 바쁘게 느껴지실 겁니다. 평소보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기에 하루가 길게 느껴지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구요.

 확실히 우울할 때는 몸을 정신없이 움직이는 게 도움이 됩니다. 저도 예전에 기분이 안 좋고 심란할 때 이불 뒤집어쓰고 누워있던 적이 많은데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것보다 차라리 몸을 움직이는 게 잡념과 우울감 없애기에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난생처음 템플스테이였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만족스러웠습니다.

이번엔 친구와 함께 갔지만 다음번엔 혼자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요.


 절마다 특색이 다르고 여러 프로그램이 있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서울 시내나 근교보다는 대도시와 떨어진 곳이 좋은 것 같습니다. 이왕이면 절의 규모가 너무 작은 곳보다는 큰 곳이 좋구요. 규모가 클수록 뭔가 체계적으로 프로그램 운영이 이루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저는 1박 2일로 다녀왔지만 장기간 묵는 분들도 많더군요. 시간 여유가 있으시면 장기간 투숙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주변에 관광지가 있다면 간 김에 템플스테이 끝나고 가볍게 관광하고 오는 것도 좋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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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갈까 말까 망설이는 분이 계시다면 꼭 가보시라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생각보다 좋은 경험이 되실 거예요.


지금 마음이 무겁고 답답하다면..

템플스테이 한 번 떠나보는 건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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