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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바꾼 일상

언제 끝나지...

by 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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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나라 안팎이 시끄럽습니다.

확진자 수가 적을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삼천 명 돌파한 지금은 분위기 자체가 많이 다릅니다.

점점 전국 단위로 확진자 수가 증가 추이에 있으니 도대체 언제쯤이면 사태가 안정화될지 막막합니다.

해외에 거주하는 지인들이 괜찮냐고 물어보는 걸 보면 상황의 심각함이 다시금 인지가 되죠.

외신들도 이미 한국의 상황을 심각하게 보도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코로나 발생 후 일상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1. 집 밖을 나서기가 두려움


집에서의 생활을 좋아하긴 하지만 내가 원해서 집에 있는 것과, 내 의지와 상관없이 집에 있어야 하는 건 다릅니다. 사람이 북적이는 곳은 물론이고, 아무 생각 없이 거닐었던 거리도, 좋아했던 가게들도 이제는 확진자가 행여 다녀간 곳일까 두려워 쉽게 외출을 감행하기 어렵습니다.

평소 여행을 좋아하는 편인데 해외여행은 물론 국내여행도 가지 못하는 발 묶인 상황입니다. 재충전이 필요할 때면 근교라도 잠깐 다녀오고 싶은데 그럴 수 없으니 답답하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몸은 있지만 창살 없는 감옥 안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는 느낌입니다.



2. 마스크와 손소독제 사용의 일상화


사실 코로나 초기만 해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습니다. 마스크보다는 손을 잘 씻거나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게 중요하다는 전문가 말을 방패 삼아-귀찮고 갑갑해서이기도 했고- 잘 쓰지 않았죠.

하지만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이제는 주변 사람을 위해서라도 마스크를 착용합니다. 외출할 때 휴대폰을 챙기듯 마스크를 잊지 않았는지 늘 점검하죠. 당분간은 선택의 여지가 없이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되었습니다. 해외여행 갈 때나 가끔 챙겼던 손소독제도 이제 일상이 되었죠. 갑자기 불안감이 밀려올 때면 습관처럼 소독제를 바르게 됩니다.



3. 불안함과 우울감의 만성화 (무기력증)


이 사태가 대체 언제 종식될지 모르니 불안하고 막막합니다.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끼게 되어 우울합니다. 외출을 해야 햇볕도 주기적으로 쬐고 어느 정도 기분 전환이 되는데 그럴 수 없으니 몸은 점점 쳐지고 우울감은 더 심해져만 갑니다. 어쩌다 몸살이나 감기 기운이 있으면 '나도 혹시..?'라는 생각에 과도한 불안감이 들기도 하죠. 원래 불안이란 내가 예측할 수 없는 환경이나 상황에서 극대화됩니다. 거기다가 눈에 보이는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니 더욱 공포심이 커지죠. 마트에서 생필품을 사재기하거나, 의약품을 미리 비축해두는 것도 불안감 해소를 위한 나름의 자구책입니다.



4. 상호 간의 불신 확대


며칠 전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바로 옆 자리에 앉은 분들이 쉴 새 없이 대화를 나누시더군요. 평소 같았으면 '그냥 그런가 보다' 했을 텐데 때가 때이니 만큼 저도 모르게 '식사 끝나고 말씀하시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중교통 안에서도 어쩌다 주변 사람이 기침할 때면 덩달아 불안해집니다.

또 확진자 동선이 공개될 때면 '왜 이렇게 이 사람은 많이 돌아다닌 걸까.' 은연중에 생각하는 제 모습을 발견하곤 놀랍니다.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내 몸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평소보다 예민하고 민감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전 같으면 자연스럽게 양보하거나 배려했을 상황에도 몸을 사리게 되는 경우도 생기구요.





원래 무언가를 잃어봐야 소중했던걸 안다고 했던가요?

이전엔 아무 생각 없이 지내던 단순한 일상들을 잃고 보니, 비로소 그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습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아무렇지 않게 누려서 더욱 소중함을 몰랐었죠.

얼마 전 방문한 마트에서 마스크 섹션 앞의 'sold out' 안내판과 텅 빈 라면 진열대를 보며, 지금이 전시 상황과 다를 게 없다고 느꼈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상황이 하루빨리 종식되어 다시 그리운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래봅니다.

독자님들도 힘드시겠지만 부디 무사히 지금 시간을 견뎌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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