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모종린 저자의 '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입니다.
제목에 이끌려서 읽게 된 책이었는데요. 사실 주변에 책을 먼저 읽은 지인들의 감상평이 극명하게 나뉘어서 내심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알게 된 점은 유익했으나, 다소 어렵고 지루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죠. 그렇게 펼쳐든 책은 단단히 각오(?)한 덕분인지 생각보다는 난해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교수님이 쓰셔서인지 살짝 딱딱하고 정형화되어 약간 전공서적 느낌도 나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어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나다움'은 정체성 추구에서 시작된다
저자의 이 말처럼,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당신이 선호하는 라이프스타일은 무엇입니까?'의 질문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더불어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해 온 라이프 스타일을 여러 배경지식과 사례를 통해 설명하지요.
저 역시 저자가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 총 6가지 라이프 스타일- 부르주아, 보헤미안, 히피, 보보, 힙스터, 노마드 - 중에 내가 가장 선호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무엇일지 생각하며 읽게 되었습니다.
나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질문은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이다. 이들은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의 정체성 형성에 기여하는 물질 외적인 가치를 찾는다.
각각의 라이프 스타일은 단어가 주는 어감이 익숙해서 대략 이론적으로는 이해가 되었지만, 어떤 스타일이냐 물으면 설명이 쉽지 않았는데요. 서울의 동네에 빗대어 설명했던 대목이 저는 이해하기 쉬웠던 것 같습니다. 저자 역시 어느 스타일을 선호하는지 애매하고 어렵다면, 내가 머물고 싶은 곳을 들여다보라고 이야기합니다. 사회적 측면에서 볼 때, 라이프 스타일을 직업과 일의 방식의 선택뿐 아니라 공간과도 연결 지을 수 있다고 말하면서요.
일단 '자동차, 부티크, 게이트, 공원'의 키워드로 설명되는 '부르주아'는 다른 공동체가 쉽게 들어올 수 없는 '게이트 커뮤니티'의 배타성을 특징으로 한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청담동과 한남동이 대표적이죠. 또한 부르주아는 6개의 라이프 스타일 중 유일하게 물질주의를 대표하는 라이프 스타일이기도 합니다.
물가가 저렴하고 문화생활이 저렴한 곳을 선호한다면 '보헤미안' 가치가 어울리며 예술을 삶의 중심에 두는 라이프 스타일입니다. 홍대 부근을 떠올리면 될 것 같아요. 그 외에도 도시와 떨어진 자연 친화적 주거지를 선호하고 킨포크 문화나 슬로 라이프, 미니멀리즘에 관심 많다면 '히피'(연남동의 성미산 공동체), 예술가가 많아 문화적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고급 주택지에 살고 싶다면 '보보'라고 합니다(연희동).
독특한 지역적 특성과 소상공인 중심의 골목 상권이 형성된 곳이 좋다면 '힙스터'(망원동, 합정동), 어디에 머물기보다 자유롭게 돌아다니길 원한다면 '노마드' 라이프를 선호한다는 겁니다. 노트북과 와이파이가 있는 모든 곳이 노마드 삶의 대표 공간이죠.
제 경우 예전에는 막연하게 브르주아의 물질주의 삶에 관심이 가거나 동경했다면-단어가 주는 느낌이 고상한 탓도 있고- , 지금은 탈물질주의인 나머지 5개의 스타일을 좀 더 선호하게 된 것 같습니다(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르주아의 삶을 배제하기란 쉽지 않지만요). 특히 그중에서도 공간의 제약 없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노마드' 라이프 스타일을 동경합니다. 여러 라이프 스타일 중 가장 나중에 등장한 스타일이기도 한데요. 노마드는 이동성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공유 생산과 소비, 도시의 거리 문화와 느슨한 연대 등 새로운 방식으로 물질적 성공을 추구하는 프리랜서형입니다.
아무래도 평범한 직장인의 경우에는 시공간 제약에서 자유롭기가 어려운지라, 더욱 그런 점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노마드 삶은 최소한의 규모와 최대한의 기동성을 무기로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라는 저자의 말마따나, 나 자신의 브랜드를 키워서 노마드 스타일의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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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크게 6가지의 스타일을 제시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가까운 미래에 또다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혹은, 이전의 라이프 스타일로 회귀하려는 본능이 앞설 수도 있고요.
지금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은 무엇인가요?
혹시 위의 라이프 스타일 외에 본인이 추구하는 스타일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