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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Dec 28. 2023

피드백을 대하는 자세

#9. 고깝게 듣지 말 것



 편집자님께 중간 피드백을 받고 나서 원고의 대부분을 다시 쓰게 되었습니다. 그때 정말 피드백의 중요성을 느꼈습니다. 피드백 전과 후로 원고가 극명하게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원고를 쓰며 지금 잘 가고 있는지, 이 방향이 맞는 건지 혼란에 빠지거나 스스로를 의심할 때가 있는데-특히 첫 출간이기에 더더욱- 그때 누군가 해주는 말이 큰 도움이 됩니다. 원고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저자이긴 하지만, 때로 너무 내 입장에만 매몰되어 글을 쓰다 보면 누군가의 객관적인 시선이 필요해질 때가 있습니다. 직감적으로 '이게 맞는 건가?'라는 의문이 생겨나갈 때쯤, 피드백을 받으면 방향설정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피드백을 해주는 이는, 나에 대한 이해도가 높거나 글에 관심이 있는 믿을만한 사람 한두 명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에는 그게 편집자님과 친한 친구였습니다. 편집자님에게는 주로 원고의 큰 틀에서 도움을 받았고, 에피소드 채택에 관해서는 친한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 선택은 옳았습니다. 당시에 꼭 필요했던 조언이었고, 적극 받아들여 반영한 결과, 원고의 퀄리티가 이전보다 좋아졌습니다.


 지금 원고를 작성하고 있다면 누군가로부터 조언을 구하거나 들을 일이 있으실 텐데요. 피드백을 대하며 몇 가지 유념해 두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

 

 



첫째, 조언이나 충고를 고깝게 듣지 말 것

 간혹 글에 대한 단점이나 부정적인 의견을 뼈아프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 글'에 대한 피드백인데 '나'에 대한 피드백으로 오인하는 경우이죠. 피드백 자체를 나에 대한 비하나 공격으로 받아들이면, 조언을 해준 사람과 애매한 기류가 흐르고 관계가 틀어질 수 있습니다. 이후에 상대가 허심탄회하게 피드백해줄리도 만무하고요. 글에 대한 피드백은 감정을 섞지 말고 피드백 자체로 분리해서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글이 더 나아질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는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미처 생각지 못한 피드백을 받았을 때, 오히려 조언이 기분 좋게 들리는 경지에 이르기도 합니다. 

 또한, 피드백해주는 상대도 마음 상해할까 봐 상당히 조심스러운 입장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마음을 이해하면 상대의 말에 상처받지 않을 수 있지요.

 

둘째, 반박하지 말 것

 피드백에 대한 변명을 구구절절 이야기하거나, 상대를 설득하려 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물론 상대가 오인했을 경우 어떤 의도였는지 부연 설명은 할 수 있지만(이 경우도 사실 원고 수정을 고민해봐야 합니다), 상대가 A라고 생각한다는데 굳이 B가 맞다며 반박하거나 주장하는 건 크게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 의도가 아무리 어떻든지 간에 상대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겁니다. 그때는 종합적으로 상대 의견을 받아들일지 말지 판단하고 적용하면 될 뿐이지(말도 안 되는 의견이라 생각하면 패스하면 되고요) 그에 대해 굳이 의미 없는 논쟁까지 이르게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셋째, 고마운 마음을 충분히 표현할 것

 사실 누군가의 글(그것도 완벽하게 정제되지 않은 글)을 봐준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도 읽기 싫을 수 있는데 검토해주고, 의견을 들려준다는 점에 고마움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고쳤으면 하는 부분에 관한 피드백을 해준다면 그 또한 너무 고마운 겁니다. 사실 작가 입장에서는 '모든 게 좋다'라는 피드백보다 '이 부분은 좀 이상한데'라는 피드백이 훨씬 도움이 되고요

 피드백해주는 모든 사람이 고마움의 대상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편집자님이 바쁜 일정을 쪼개어 피드백을 해준다면 정말 감사한 일이므로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간혹 '당연히 해줘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작가님도 계시더라고요. 


넷째, 조언은 조언일 뿐, 수용 여부는 직접 판단할 것

 조언은 조언일 뿐, 받아들일지 말지는 작가가 판단하고 결정하는 겁니다. 그러므로 꼭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무감은 잠시 내려놓아도 괜찮습니다. 조언자 의견은 어느 한 개인의 의견일 뿐, 그에 대한 최종 판단과 결정은 본인이 직접 해야 나중에 후회가 없습니다. 들어보고 반영할 만하면 반영하는 것이지,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내 의견이 더 맞다고 생각하면 처음의 주관대로 밀고 나가는 게 맞습니다. 오히려 뚜렷한 중심 없이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면 애매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 원치 않았지만 누군가 이상하다니까 수정해 놓고, 내가 의도한 것과 다른 결과물이 나왔다며, 도리어 조언 해준 상대를 원망하는 경우를 본 적 있습니다. 이렇게 누군가의 말에 휘둘리며 고쳤을 때 나온 결과물이, 과연 내 작업물이 맞는 걸까요? 누군가의 의견은 되도록 경청하되, 판단과 결정은 내 중심으로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실, 위에 언급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은 저의 실제 경험담입니다. 때로 누군가의 조언이 뼈아프게 느껴지기도 했고, 예상치 못한 피드백에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조언을 해준 상대에게 미주알고주알 그런 의도로 쓴 게 아니라며 변명하기도 했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흔들렸던 이유는, 당시 마음이 약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책을 쓴다는 것은, 그리고 그 책이 처음일 경우에, 생각보다 외롭고, 불안하고, 고독하여 누군가를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집니다. 마감이라는 극한상황에 몰리고, 원고에 대한 책임이 온전히 내게 달려있다는 부담감에, 평소의 나라면 결코 하지 않을 생각이나 행동을 선택하기도 하지요. 너무 사소한 것까지 묻게 되거나, 오히려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큰 고민 없이 저질러 버릴 때도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판단력이 흐려지는 때도 찾아오지요.


 그래도 분명한 건 이 또한 어떻게든 지나가고, 지금 순간을 잘 견뎌내면 한 단계 성장하게 된다는 겁니다. 


 내 앞에 놓인 고비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 마음을 잘 추슬러서 무탈히 흘려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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