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디톡스
무언가에 중독된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핸드폰에 중독되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유튜브와 넷플릭스에 중독되었던 건데요. 퇴근하고 누워서 핸드폰 영상 시청하는 게 유일한 낙이던 때였습니다. 샤워를 하고 뽀송한 이불에 누워 핸드폰을 집어 들면, 몇 시간이 흐르는지도 모른 채 한참 보다가 밤을 꼬박 새우기 일쑤였습니다. 훌쩍 흐르는 시간을 체크하며 '이제는 자야 되는데' 생각하다가 새벽을 맞이하니 다음날 출근까지 지장이 있었지요. 수면 리듬이 엉망이 되어 아침 기상도 힘들었고, 피곤한 상태가 이어지다 보니 낮에도 각성하려고 커피를 들이부었습니다. 밤에는 영상 보느라 잠을 못 자고, 낮에는 잠을 깨려 커피를 많이 마시고, 또다시 밤에 잠을 못 자고, 잠이 안 오니 영상을 찾아보는 악순환이 계속되었지요. 당시에는 사실 중독인 줄 몰랐지만, 지나고 보니 일종의 중독 상태에 빠져있던 것이었습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책 <도파민네이션>을 소개하며, 중독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이전화 '핸드폰을 오래 보면 왜 기분이 안 좋을까?' 참조). 어떻게 사람들은 중독에 빠지는지, 중독에서 빠져나오는 것에 도움이 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는지 내용을 공유드렸는데요. 오늘은 그 후속 편으로 실제 핸드폰 중독(유튜브, 넷플릭스 등)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이 된 방법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1. 물리적 제한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물리적 제한입니다. 아예 중독 대상에 대한 접근 자체를 차단하는 겁니다. 접근이 쉽고 눈에 보이면 아무래도 유혹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기 때문이죠. 최대한 접근성이 낮게 환경을 통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당시 영상 시청 중독이 심각한 상태였기에, 넷플릭스와 유튜브 시청을 제한하는 게 급선무였습니다. 고민 끝에 넷플릭스는 구독을 해지했습니다. 다달이 빠져나가는 구독료도 아낄 수 있어 일석이조였지요. 하지만 유튜브는 광고만 보면 무료이기에 제한을 두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려웠는데요. 여러 방법을 시도한 끝에 제가 사용한 방법은 유튜브 첫 화면에 아예 영상이 뜨지 않게 설정하는 것이었습니다(아래 사진 참조).
이전에는 초기 화면에 알고리즘을 반영한 추천 영상이 자동으로 뜨게 되어있었는데요. 아예 아무 영상도 뜨지 않게 설정해두었습니다. 이렇게 유튜브 설정에서 알고리즘 영상이 뜨지 않게 제한을 두면,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해야만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영상 시청 시간을 줄이는 것에 큰 도움이 되지요. 유튜브 사이트에 접속해도 초기 화면에 아예 표출되는 영상이 없으니 생각 없이 클릭하게 되는 일이 현저히 줄어들고요. 사실 기존에 영상을 볼 때 무언가를 꼭 봐야지 결심해서 접속했다기보다, 습관적으로 알고리즘이 띄워주는 영상을 클릭했던 터라, 검색어를 입력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허들이 됩니다. '뭘 검색해야 되지?' 막막해지며 지레 검색을 포기하게 되기도 하고요. 몇 가지 영상을 찾아보다가 더 이상 검색어를 입력할 게 떠오르지 않으므로 서서히 영상 시청을 멈추게 됩니다.
2. 시간적 제한
위의 방법처럼 물리적 제한을 두는 것 외에, 시간적으로 제한을 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원래는 매일 퇴근 이후에 일상적으로 영상을 봤던터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루틴을 새롭게 바꾸어야겠다고 결심했지요. 특히 새벽 기상을 한 이후로 더더욱 저녁에 일찍 자는 것이 필요했기에 일상 패턴의 수정이 절실했습니다.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전면 금지, 둘째는 매일 보되 시청 시간 줄이기, 셋째는 지정 요일에만 시청하기였지요. 고민 끝에 세 번째 방법을 택했습니다. 아무래도 전면 금지는 갑자기 일상이 허전해질 것 같았고, 매일 시청 시간을 줄이기에는 시청을 중도에 멈추기 힘들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방법을 사용해서 휴일 전날(주로 금, 토요일)에만 시청하기로 정해두면 훨씬 컨트롤이 쉬울 것 같았습니다. 이 방법은 지금까지도 유지해오고 있을 만큼 확실히 효과적입니다. 평일 밤 숙면에 도움이 되고, 주말에 몰아볼 수 있으므로 금단 현상이 좀 덜합니다.
만약 갑자기 남아 버린 평일 저녁 시간이 애매하다면, 그 시간을 독서 시간으로 대체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자기 전 독서 루틴을 만들 수도 있고, 영상 시청보다는 취침에도 훨씬 도움이 되지요.
위의 방법을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지만, 늘 완벽하게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이렇게 제한 설정을 해두었음에도 무너지는 날이 있지요. 왠지 마음이 심란하여 강하게 몰입할 무언가 필요하다거나, 꼭 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는 날이면 스스로와의 약속을 어기고 다시 영상을 찾아봅니다. 그러다가 이전처럼 수면 시간을 줄이면서까지 영상을 보기도 하고요. 그래도 이렇게 제한 설정을 해두니, 무한정 스스로를 놓아버리는(?) 지경까지는 이르지 않습니다. 잠깐 엇나갔다가도 다시 본래의 루틴을 찾아 돌아오게 되지요.
물론 의지력이 강하여 환경을 세팅하지 않고도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다면, 위의 극단적(?)인 방법까지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통제가 어렵다면 이렇게 강제성을 부여하는 방법도 고민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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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디톡스를 고민하는 분들께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기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