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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Jun 05. 2020

왜 내겐 좋아하는 일이 나타나지 않을까요?

싫어하는 일만 아니어도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보통 이렇게 말합니다.



일하는 것 같지 않았어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다 보니 길이 열렸고, 
즐기면서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공하게 되었죠



 우리는 흔히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복 받았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저도 예전부터 '좋아하는 일'에 대한 환상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생계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또 그에 적합한 보상을 받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끝내 찾지 못할까 봐 불안해하기도 했구요. 하지만 깊은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일반 직장에서 좋아하는 일을 찾기는 힘들다'는 것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회사에 있기란 쉽지 않습니다.

 혹시 '회계가 너무 좋아요. 경리 업무가 너무 재밌어요. 영업관리, 재고관리가 좋아요.'라는 얘기 들어본 적 있으세요? 반면에 '노래가 너무 좋아요. 연기가 너무 재밌어요. 축구가 너무 좋아요. 글 쓰는 일을 하고 싶어요' 등의 얘기는 많이 들어보셨죠? 이렇듯 보통 좋아하는 일이라는 것은 대부분 자유로운 창작 활동인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되려면,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창조적으로 만들어 나아갈 때 뿌듯함과 성취감, 보람을 느낍니다. 일에 대한 자율성이 높아질수록 만족감도 덩달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허나 자율성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건 예술 등 소수의 직종이 아니고서는 힘든 영역입니다. 물론 자율성이 보장되는 직장이거나 관리직의 경우에는 가능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직장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경우가 많죠.



 일반 직장인이 자율성을 가지고 일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직장에 소속되어 정해진 시간을 근무해야 하는 사람들에게서 맡은 일이 좋아하는 일이 될 확률은 희박합니다. 조직이라는 시스템 속에 있는 한 어쩔 수 없이 내가 하기 싫은 일도 해야만 합니다(포스팅 '지금 이 일을 대체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참조). 그런 환경에서 먹고사는 일이 좋아하는 일이 되기란 현실적으로 힘들죠. 그런데 사회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으면 낙오자인 것처럼, 불행한 사람인 것인 양 말하곤 합니다.  


 그럼 직장에 다니는 이상 좋아하는 일은 꿈도 꾸지 말라는 건지.. 어쩌라는 건지 싶으시죠?     

저는 고민 끝에 '좋아하는 일을 끝끝내 찾지 못하더라도, 내가 아주 싫어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면 괜찮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정말 운이 좋게도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잘된 일이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정말 싫어하는 일이 아니라면 괜찮다.'로 바꿔보는 겁니다. 일이 너무 싫어서 근무하는 일분일초가 괴로운 경우가 아니라면 나름 괜찮다고 생각하는 거죠. 일을 하다 보면 나와는 죽어도 맞지 않는 일이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숫자를 다루는 일이었는데 회계 관련된 일은 정말 저와 맞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직접 몸으로 부딪히거나 상대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일이 더 수월했죠. 이렇게 싫은 일, 맞지 않은 일을 하나씩 지워 가다 보면 나와 맞는 일에 좀 더 가까워지는 것 같습니다. 

 '가슴 뛰는 일을 해라', '좋아하는 일을 해라', '하고 싶은 일을 해라.' 류의 말에 너무 얽매이거나 부담 갖지 마세요. 좋아하는 일이 생기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되고,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별 이벤트가 없는 잔잔한 상태라고 해서, 열정이 없고 잘못 살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하며 본인을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예전 법륜 스님이 하셨던 말씀이 기억납니다. 행복이란 '괴로움이 없는 상태'라구요.

무얼 하든지 간에 괴로움이 없거나 상대적으로 덜한 일을 하면 그 나름대로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에 너무 중대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무엇이든 먹고사는 일은 숭고한 일이니까요. 

 '무조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라는 강박관념에 빠져 중요한 사실을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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