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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잃고서야 깨달았다 나는 지켜야 할 사람이 있다

by 아델린


나는 지금까지 내 몸을 위해 운동을 하거나 식단을 조절해 본 적이 없다.

매년 건강검진을 받아왔기 때문인지, 스스로 건강하다고 자부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하지만 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생각보다 내 몸이 건강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정작 건강을 챙기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어느덧 46세, 내가 지켜야 할 아이가 있고, 나이 들어가는 내 모습을 보며 이전과는 다른 마음이 들었다.

예전에는 친구를 따라 자주 가던 점집이 있었다. 지금은 가지 않지만, 그때 한 점쟁이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몸, 특히 복부 쪽에 이상이 보인다. 병원에 입원할 일이 생길 수 있으니 건강검진을 받을 때 꼭 초음파 검사를 하라.”


나는 매년 검진을 받아왔고, 한 번도 이상 소견이 없었기에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간단한 검진만 받을 생각이었고, 초음파 검사는 계획에 없었다. 그런데 함께 검진하는 직원이 같이 하자고 조르는 바람에 결국 진행하게 되었다.


그런데 초음파 검사를 하던 선생님이 유독 오래 들여다보는 것이 이상했다. 혹시 문제가 있냐고 묻자, “큰 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설마 큰일이 있을까 싶었지만, 가까운 강북삼성병원으로 진료를 받으러 갔다. 그런데 그곳에서 들은 말은 충격적이었다.


“지금 바로 치료하지 않으면, 1~2분 사이에도 동맥이 터져 사망할 수 있습니다.”


혈관외과에서 나오자마자, 마치 사망선고를 받은 사람처럼 모든 것이 흐려지고 주변이 보이지 않았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그 순간 문득 점쟁이의 말이 떠올랐고, 쓴웃음이 나왔다.




주변에서 다른 병원도 가보라고 해서 두 곳을 더 방문한 끝에, 결국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로 결정했다.

그곳에서 색전술을 진행했는데, 내 비장에 동맥류가 무려 세 개나 있었다. 시술은 다섯 시간이나 걸렸다.


그렇게 큰일을 겪고 나서는 ‘건강이 최고’라며 몸 관리를 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또다시 잊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내게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이번에는 뇌혈관 협착 소견이 나왔고, 녹내장 가능성이 있어 추가 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까지 받았다.

그 외에도 여기저기서 이상 소견이 나오니, 갑자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이 나이에, 하늘도 무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픈 아이를 키우는 것도 벅찬데, 내 건강까지 위태로워지다니.

점점 늙어가는 내 모습이 안타까웠고, 무엇보다 나보다 먼저 남겨질 아이를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이제야 운동을 알아보고, 건강에 좋은 음식들을 찾아보고 있다.

늘 남들에게는 “건강이 최고야”라고 말하면서 정작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앞으로 나를 돌아보라는 하나님의 뜻일까?


하지만 나는 아프면 안 된다.

나는 지켜야 할 우리 아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파서도, 다쳐서도 안 된다.

그러니 정신 차리고 건강을 잘 챙기자.


그런 와중에도, 친한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았을 때 바로 전화가 와서 걱정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참 고맙고 감사했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 거야?”

“어디가 나쁜 거야?”

“괜찮을꺼야!”

진심 어린 걱정이 담긴 그 말들이 내 마음을 위로해 주었다.


그래, 너희들 말처럼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자.

남들이 누리는 평범한 일상, 우리도 함께 즐기자.

늙어서까지 같이 웃으며, 먹고 싶은 것 먹고, 가고 싶은 곳 가며 행복하게 살자.


건강하자. 아프지 말자.

나는 그냥 나이 든 사람이 아니라, 주원이 엄마니까.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나는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




우리는 건강을 잃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 _앙리 프레데릭 아미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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