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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만나러 갔다면

늦은 밤 걸려온 전화

by 아델린



엄격한 집안에서 자란 나는 늦은 저녁 외출이 어려웠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전화가 울렸다.

“보고 싶으니까 나와.”

그 한마디에 마음이 흔들렸지만, 나는 단호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안 돼.”


그때 나가야 했을까?

그날 이후로 수도 없이 되뇌었다.

내가 너를 만나러 갔다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며칠 뒤, 추석.

동생과 함께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싸이월드 쪽지 한 통이 도착했다.


“성찬이 죽었다는데, 너 장례식장 다녀왔어?”


나는 그 문장을 다시 보고, 또 보고, 몇 번이고 읽었다.

믿을 수 없었다. 믿고 싶지 않았다.


급히 쪽지를 보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말이야…?”

“성찬이가 죽었어…. 다녀와봐”

하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정말로… 너는 세상을 떠났다.


장례식장으로 달려갔다.

그곳에서, 너의 영정사진을 마주하는 순간

두 다리가 풀려버렸다.


나는 소리쳤다.

“왜 거기 있어…?

왜… 하필 그날, 그렇게 늦은 시간에 나를 불렀어…?

그렇게 늦게 부르지 않았으면 봤을 거 아니야”


엉엉 울면서도, 아직도 믿을 수 없었다.

그날, 내가 너를 만나러 갔다면…

달라졌을까?

나는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너는 나의 첫사랑이었다.

설레었고, 떨렸고,

하지만 서로 만나면서도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던 우리.


이제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너를 정말 좋아했어.

너 같은 사람이 나를 좋아해 줘서 고마웠어.

그때 내가 한 번만 더 용기 냈다면,

마지막 인사라도 할 수 있었을까…?”


나는 이제 마흔을 훌쩍 넘겼지만,

너는 여전히 스무 살 후반의 모습 그대로겠지.


하늘에서 잘 지내고 있니?

나는 아직도 가끔, 네 목소리가 메아리치는 걸 느껴.

우리 결혼해도 잘사는거 보자고 말했던 너였는데.

그래서 평생을 친구로 지내자고 말했는데.

허망하게 너를 보내고 나니 그땐 힘들었어.

감기걸려 약먹다 그게 기도로 잘못 넘어가서 숨못쉬고 죽어간 너.

그걸 아는 순간, 왜 그게 너일까? 참 하늘도 원망했어.

성찬아 나 잘살고 있어! 너도 거기서 잘 있지?

아프지말고 너하고 싶은거 다 하면서 잘 지내고 있어.

내가 가는 그날까지 잘지내.

보고 싶다.

내 친구, 내 첫사랑.




누군가에게 첫사랑이라는 기억을 묻어두고 추억으로만 남기겠지만

그냥 남기고 싶었습니다.

첫사랑이든 지금 살고 있는 분이든 그리고 좋아하는 친구든

후회하지 않게 최선을 다하고 표현하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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