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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나눈 반지, 사랑을 기억하는 방법

반지는 단순한 금속이 아닙니다

by 아델린


영원을 약속하는 의미로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나누는 동그란 금속 반지.

우리는 반지에 맹세를 걸고, 함께 하자고 다양한 방법으로 약속을 합니다.

친구들과 반지를 맞추기도 하고, 사랑하는 연인과 나누며, 평생을 함께할 배우자와 반지를 주고받기도 하죠.


저 역시 살아오면서 여러 의미로 반지를 해봤습니다.

그러나 저를 낳아주신 엄마와는 한 번도 반지를 맞춰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직원이 엄마와 함께 맞춘 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직원이 엄마에게 “우리 반지 할래?”라고 제안했고, 엄마가 흔쾌히 받아들이셨다고 했습니다.

그 반지를 보면서 처음으로 저도 엄마와 반지를 맞춰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다른 기억도 떠올랐습니다.

교회 친구의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며느리에게 반지를 사주셨다고 합니다.

고부 사이였지만, 두 사람은 마치 친엄마와 딸 같은 사이였죠.

어느 날, 친구의 시어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셨고, 구역 예배 자리에서 친구는 반지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이 반지가 시어머니와의 추억을 간직하게 해 줘요.”

그 말을 듣고 저는 문득 생각했습니다.

“엄마, 아빠가 돌아가시면 나는 무엇을 보고 부모님을 떠올릴까?”


그렇게 고민을 하던 어느 날, 저는 용기를 내어 엄마께 말했습니다.

“엄마, 저도 엄마랑 반지를 하고 싶어요.”

곧 제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기에, 생일 선물로 동생과 함께 세 모녀가 반지를 맞추면 어떨지 여쭤보았습니다.

그리고 덧붙였죠.

“이런 말 한다고 화내지 마세요. 저도 엄마, 아빠 아니면 가족이 없어요. 언젠가 엄마가 하늘나라로 가시면, 작은 반지 하나라도 보면서 엄마를 기억하고 싶어요.”


엄마는 쉽게 대답하지 못하셨습니다.

망설이시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엄마에겐 반지가 주는 슬픈 기억이 있었으니까요.


예전에 친할머니께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엄마가 소중히 간직했던 결혼 예물과 제 돌반지를 엄마의 허락도 없이 처분하셨습니다.

엄마는 아빠에게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았지만, 아빠는 “다음에 좋은 거 해줄게”라는 위로 대신

“반지가 뭐라고! 한 번만 더 반지 이야기하면 알아서 해.”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 젊은 시절,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받고, 소중했던 것들을 잃어버린 엄마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요.

그 이후로 엄마는 평생 반지에 대한 의미를 두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엄마의 기억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슬픈 기억이 아닌,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반지를 엄마 손에 끼워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생일을 핑계 삼아 엄마에게 다시 부탁드렸습니다.

다행히 엄마는 마침내 마음을 열어주셨고, 동생과 저, 엄마 이렇게 세 모녀가 함께 반지를 맞추러 가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골든듀에서 같은 디자인의 반지를 골랐고,

엄마 손가락에 반지가 끼워지는 순간, 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제, 저는 친정에 갈 때마다 엄마 손에서 반짝이는 반지를 보며 행복합니다.

엄마가 반지를 보며 흐뭇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 반지가 단순한 금속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사랑을 기억하게 해주는 특별한 의미가 된다는 걸 깨닫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사랑하는 가족과 의미 있는 무언가를 나눌 수 있길 바랍니다.

꼭 반지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따뜻한 포옹, 정성 들인 편지, “사랑해”라는 한마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나중에 해야지.” 하며 미루다 보면,

정말로 표현조차 하지 못한 채 후회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저도 늦게나마 가족의 소중함을 더 깊이 깨닫고,

후회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지금 당장 마음을 전해 보세요.

오늘을, 그리고 이 순간을 놓치지 마세요.




<위에 사진은 우리 세 모녀가 맞춘 반지입니다 이쁘죠!!>





“반지는 단순한 금속이 아닙니다. 그것은 사랑과 기억을 담는 작은 약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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