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순수한 기쁨, 세차장에서 찾아낸 행복
저는 아이때문에 세차장이 싫어요.
너무 자주 유튜브에서 세차장을 보기 때문입니다.
자폐아이의 특성에 맞게 그러는건지 모르겠지만, 오랜 세월 세차장이야기를 듣다보니 제가 노이로제가 걸렸나 몰라요.
아이와 함께 차를 타고 운전하다 보면 주유소를 지나칠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마음속에서 저는 세차장 그 말을 하는것 자체도 전 싫었고 불편한 감정이 밀려옵니다.
제게 세차는 늘 번거로운 일이었고, 조금 귀찮고, 또 자주 하고 싶어하는 하는 아이를 보며 저는 시간을 낭비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아이는 주유소를 지나가면서도 신이 나서 중얼중얼 뭔가를 말하고, 꼭 한마디를 덧붙입니다.
“엄마, 주유소에서 세차하면 안 돼요?”
매번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그저 “아니야, 엄마가 나중에 세차할 거야”라고 대충 넘겼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아이의 바램이, 아이의 그 작은 소망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었어요.
왜냐하면 그 주유소는 아이가 정말 좋아하는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좋은 걸까요? 아이에게 물어봤습니다.
“왜 그렇게 그 주유소가 좋아?”
아이의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거기서는 세차할 때 거품이 많이 나와요. 그리고 엄청 재미있어요.”
아이의 그 순수한 답에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정말 그 정도로 아이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었나 봅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의 기쁨을 위해 한 번 세차를 해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주유소마다 세차장의 분위기나 기계가 다르다고 생각하며,
아이가 좋아하는 곳으로 차를 몰고 갔습니다. 그곳은 아이가 자주 가고 싶어 했던 곳이었어요.
그리고 한시간을 기다려 마침내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저는 사실 이곳과 저곳이 크게 다를 것 없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는 정말 즐거워했습니다. 그래서 6000원을 지불하고, 세차를 시작했어요.
그때 아이의 눈빛을 보았어요. 마치 세차가 처음인 것처럼 반짝이는 눈빛, 행복한 미소가 아이 얼굴에 가득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제 마음도 아이가 원하는걸 해주자 하며 웃어버렸습니다. 아이는 세차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와 물줄기가 나오며 거품이 생기는 것을 바라보며
마치 새로운 세상을 발견한 듯 감탄하고 있었습니다.
“엄마, 이거 봐요! 거품이 나와요!”
“엄마, 너무 재미있어요!”
아이의 그 말 한마디, 그 작은 감동이 제 마음속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돌아가는 기계와 물줄기,
그리고 솔들이 열심히 차를 닦아주는 모습은 마치 일상 속에서 놓쳤던 작은 행복을 찾은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게 왜 좋을까? 자폐성 아이들에게도 이런 게 좋은 걸까?”
그동안 저는 세차라는 게 단지 차를 깨끗하게 만들기 위한 일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아이의 그 반응을 보니, 그게 단순한 세차가 아니라, 아이에게는 큰 즐거움이고 기쁨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6000원이라는 금액이 그렇게 큰돈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것은 제가 매일 마시는 커피 한 잔 값이지만 그 금액으로 아이의 행복을 잠시나마 살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동안 차가 더러워졌을 때, 나는 귀찮아서 세차를 미루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늘 “나중에”라는 생각으로 세차장을 지나쳐왔어요.
그런데 오늘은 아이에게 이런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그동안 얼마나 이 작은 세차에 큰 의미를 두었는지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세차가 끝난 후, 아이는 행복한 얼굴로 저에게 말했습니다.
“엄마, 세차해 줘서 고마워요. 다음에 또 여기 와요. 또 세차해요. 엄마 사랑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제 마음속에서 정말 소중한 감정이 일었습니다. 아이의 천진난만한 고백이, 그 어떤 말보다 큰 위로와 기쁨을 주었어요.
그때 깨달았어요. 세차는 단순히 차를 닦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의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주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라는 것을.
아이에게는 세차장에 가는 그 시간이 단순한 놀이기구처럼, 아니면 마법처럼 느껴졌을 것입니다. 그 작은 기쁨이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죠.
그리고 나는 그 작은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깊이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