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포기하고 싶었던 나에게, 살면 살아져

살면 살아져

by 아델린 Mar 21. 2025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애순이는 늘 당차고 씩씩했다.

그렇게 온 세상을 다 이겨낼 것 같았던 애순이도, 결국 무너지는 순간이 있었다.

엄마가 떠났을 때 그리고 자녀를 잃었을 때.


애순이 엄마는 끝까지 딸을 위해 기도하고, 사랑을 주고, 다독여주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애순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살면 살아져.”


이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단순한 위로 같지만, 그 속에는 모든 걸 품어주는 어머니의 사랑이 있었고,

버티고 견뎌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깊은 통찰이 있었다.


저도 이 말을 듣고, 오래도록 가슴이 먹먹했다.




제가 꿈꾸던 결혼생활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결혼 전, 저는 지금과는 너무도 다른 삶을 상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아픈 아이를 키우며 매달 쏟아지는 병원비에 허덕였고,

아무리 노력해도 아이의 장애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게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

제가 아무리 애를 써도, 아무리 밤을 새우며 기도하고,

좋다는 치료를 찾아다녀도,

제 아이는 나아지지 않는다는 현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쌓이다 보니, 저는 제 삶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졌다.

우리 집 14층 베란다에서 아이를 안고 뛰어내릴까,

차라리 아이를 두고 세상을 등질까.

그런 극단적인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가는 날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럼 남겨질 아이는 어떻게 될까?”


그 아이는 저 없이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그 생각이 저를 붙잡았다.

그래서 이를 부득부득 갈며 버티고 또 버텼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저는 번아웃이 온 것도 몰랐다.

살고 싶은 마음조차 없었던 것 같다.

매일이 지옥 같았고, 하루하루를 겨우겨우 버텨내고 있을 뿐이었다.


아이의 아픔이 한 고비를 넘기면 또 다른 고비가 찾아왔다.

끝이 없었다.

저는 마치 바닥이 뚫린 항아리 같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리 쏟아부어도,

가득 차는 날이 없었다.

늘 부족했고, 늘 지쳐 있었다.


그런데, 결국 저는 여기까지 왔다.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다.


“살면 살아지는 거구나.”



어떤 방송에서 배우가 하던 대사 중 “저승보다 이승이 낫다”라고 말했다.

방송에서도,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사는 게 너무 힘들다”는 말과 함께 그런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그때는 그 말이 이해되었다.

사는 것이 지옥 같을 때, 어떻게 이승이 낫다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이승에는 여전히 제가 사랑하는 아이가 있다.

저를 기다려주는 가족이 있다.

가끔은 따뜻한 햇볕이 스며드는 날도 있다.

그리고, 아주 가끔이지만 웃을 일도 있다.


그러니 살아야 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사실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말에는 힘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습관처럼 “배고파 죽겠다”, “힘들어 죽겠다” 같은 말을 자주 내뱉는다.

그런데 정말 말이 씨가 되듯,

무심코 뱉은 말이 결국 현실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부디 그런 말들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 대신 “나는 버틸 거야.”, “나는 살아갈 거야.”, “좋은 일이 생길꺼야.”, “힘든일만 있겠어.” 와 같은 말을 해보면 어떨까.

처음에는 믿기지 않아도, 그 말이 저를 붙잡아 줄지도 모른다.


어떤 순간이 와도, 자신을 지켜줄 작은 희망의 불씨를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버티고 버티다 보면, 어느 순간 문득 알게 된다.


“그래도 살아 있어서 다행이다.”


아이는 제 품에서 웃고 있고,

어떤 날은 길을 걷다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어떤 날은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제 손을 잡아주기도 한다.


살다 보면 그런 날도 찾아온다.

고된 날들 속에서도, 아주 작은 행복들이 스며든다.

그러니 여러분도, 오늘 하루만 더 버텨보기를 바란다.


“살면, 살아져.”

그 말처럼, 우리 오늘 하루도 살아봐용.









살암시민 살아진다

뜻 : 살다 보면 살게 된다


할머니는 한마디도 엄마 탓을 안 했다

자식 잃은 어미는 바다보다 더 운다고​


​"살어라. 살어야지 어쩌겠니. 살민 살아져" (계옥)



살다 보면 더 독한 날이 오거든 잠녀 엄마 물질하던 생각하라던, 그 모진 물속에서 죽을 고비 골백 번마다 살고 싶은 이유가 골백 개라던 엄마의 유언




살다가 살다가 똑 죽겠는 날이 오거든 가만히 누워있지 말고 죽어라 발버둥을 쳐

죽어라 팔다리를 흔들면
꺼먼 바다 다 지나고
반드시 하늘 보여. 반드시 숨통 트여


( 폭삭속았수다 드라마 전광례대사)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아이가 그렇게 불편했나요?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