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고통이 내 삶을 삼켰을 때
평범했던 하루가, 어느 날 무너졌다.
귀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내 삶도 함께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병원 가서 약 먹고, 며칠이면 나아질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나아지지 않는다.
평범했던 일상 속에, 어느 날 갑자기 무너져버렸다.
메니에르병.
생각지도 못한 병명이 내게 찾아왔다.
아니, 생각해 보면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가끔 귀가 멍해질 때가 있었다.
코를 막고 바람을 불고, 침을 삼키면 나아지던 그 순간들.
그걸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괜찮겠지.’
‘별거 아니겠지.’
그렇게, 그냥 지나쳤다.
하지만 내 몸은, 몰래 무너지고 있었다.
처음엔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
병원 가서 약 처방받고, 조금만 쉬면 괜찮아질 거라고 믿었다.
너무 쉽게, 너무 가볍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2주가 지나도 귀는 여전히 멍했다.
한쪽 귀가 답답하게 막힌 듯하고, 안에서 웅웅 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처음엔 희미했던 소리가 점점 커졌다.
마치 내 귀 속에 작은 엔진이 돌아가는 것처럼, 밤에도 웅웅거렸다.
잠을 잘 수도 없었다.
잠을 청하려 하면, 소리가 더 또렷하게 들려왔다.
나는 점점 지쳐갔다.
첫 번째 병원에서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결국 다른 병원을 찾았다.
그곳에서 문진표를 내밀었다.
‘귀 때문에 온 건데, 왜 감정 상태를 묻는 거지?’
의아했지만, 질문에 답했다.
우울한지, 기분은 어떤지,
하나하나 적어 내려갔다.
그리고 이제야 알겠다.
감각 하나가 무너지면,
삶 전체가 흔들린다는 걸.
조금만 스쳐도 예민해지고,
별것 아닌 말에도 마음이 무너진다.
아무것도 아닌데, 눈물이 터진다.
정말 무섭다.
이러다 정말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 아닐까.
그게 너무 두렵다.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하지만,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니
마음은 자꾸 어두운 곳으로 끌려간다.
스스로 생각한다.
‘혹시 내가 부정적인 생각의 늪에 빠지고 있는 건 아닐까.’
건강할 때는 몰랐다.
아픈 사람들을 보면 왜 관리를 못했을까 싶었는데,
지금은 안다.
아프고 나서야, 뒤늦게 후회하게 된다는 걸.
지금 깨닫는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맛있는 걸 먹고,
그저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그게 정말, 제일 큰 행복이었다는 걸.
지금은 뼛속까지 절절히 느낀다.
그런데 이 아픔이, 나만 무너뜨리는 게 아니었다.
아이 앞에서도,
나는 달라져 있었다.
사소한 말에 예민해지고,
짜증을 내고,
화를 참지 못했다.
결국, 아이에게 말했다.
“주원아, 엄마가 지금 귀가 너무 많이 아파.
그래서 아무 소리도 듣고 싶지가 않아.
그냥, 조용히 있고 싶어.
엄마가 너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엄마가 아파서 그래.
엄마가 지금 많이 힘들고, 속상하고,
그냥 눈물이 날 것 같아.
그러니까 오늘은, 제발 엄마가 화내기 전에,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조용히 자자.”
잘 자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가슴이 아프고, 또 아팠다.
엄마인 내가 더 참고 견뎠어야 했는데.
아이의 불안한 눈빛을 보니, 미안함에 숨이 막혔다.
제발.
다시 건강했던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다시 돌아간다면,
내 몸 하나하나를,
숨 쉬는 순간순간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간절히, 간절히 기도한다.
“하나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제 몸을 더 소중히 돌볼게요.
그러니 제 귀를, 제발 고쳐주세요.
정말 너무 힘들어요…”
나는 오늘도 조심스럽게 귀를 만지며 다짐한다.
‘다시 건강을 되찾게 된다면,
숨 쉬는 이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살아가자.’
아픔은 때때로 너무 가혹하지만,
그 속에서도 나는 배운다.
당연한 건 없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을, 더 많이 사랑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제일 많이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란 걸.
오늘도 나는 간절히 기도한다.
“하나님, 제 기도를 들어주세요.
아직, 사랑해야 할 사람들이 제 곁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