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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리를 바라보며 살아갑니다.

권위, 질서, 약속 그 어딘가 내면화된 복종에 편안함을 느껴버렸다.

by 박재

의장(椅障)



비어 있었는데
괜히
앉기 싫었다


자리가
사람보다 먼저
기운을 내고 있었다


누가 앉았던 건지
아무도 모른다는데
다들 비켜 가더라


나는
서서 기다렸고
그러다
그냥 돌아섰다


생각해 보면
앉지 않은 게 아니라
앉지 못한 거였는지도


어떤 질서는

말이 아니라

자리를 비우는 방식으로 전해진다


(*의장은 조어입니다. 의자에 장벽 혹은 장애를 붙인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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