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에 뒤처진 존재의 슬픔이 아니라, 변화에 잠시 멈춘 사람의 자리.
알림이 떴다. 눌러볼까, 말까. 손끝이 잠시 멈췄을 뿐인데, 유통기한은 끝났고, 챌린지는 넘어갔다. 줄에서 두 번째였다. 누군가의 가방이 앞으로 튀어나오고, 문이 열린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닫히겠다는 신호음이 들린다. 앞사람이 어깨를 기울이고 타는 사이, 구두 앞코 하나 들어가지 못한 발은 그대로 뒤로 밀렸다. 스크린도어는 닫혔고, 모두가 다시 다음 차를 기다리는 척했다. 어릴 적엔 눈보다 빠르게 움직였던 몸이 있었다. 종이비행기를 접기 전에 이미 날아간 손, 공보다 먼저 방향을 예측하던 발, 누구보다 빨랐던 대답,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올라가 있던 손등 하나. 그 시절엔 움직임이 가장 정확한 대화였다. 바람도 없이 계절이 바뀐 오후, 유리문에 붙은 사람들의 실루엣은 전날과 다르지 않은데 입은 옷만 달라져 있다. 옷조차 그대로인 사람들은 뭔가. 태그가 그대로인 옷을 입고 앉아 있는 사람 하나, 커피는 식었고, 눈은 아직 뚜껑을 닫지 못한 공지사항에 머물러 있다. 서랍 안에서 꺼낸 계획서는 습기 먹은 듯 종이가 말려 있다. 다시 넣을 때 손끝이 조심스럽다. 반응이 느린 것이 아니라, 바뀌는 속도가 감각보다 빨라졌을 뿐이다. 지금은, 반응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반응처럼 여겨지는 시대다. 반응하지 않은 자리마다 아직 무언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