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에는 광명동굴이 있어요. 이 동굴도 광복을 알아요.
터널은 양쪽에서 뚫다가 가운데서 만난다. 나는 터널이라 믿었다. 반대편에서 누군가 불쑥 구멍을 만들 거라고. 그 누군가가, 언젠가는 빛을 안고 내 쪽 벽을 뚫고 들어올 거라고. 하지만, 여긴 계속 내려갔다. 아래서는 위로 파 올 수 없다. 사방이 어딘지 모르고, 곡괭이는 자꾸 암흑을 향해 나아갔다. 쇠망치가 조국의 골격을 두드릴 때 튀어오른 건 빛이 아니었다. 그저 불꽃이었다. 그 불꽃은 따뜻하지도, 오래가지도, 환하지도 않았다. 눈앞에서 사라지는 생들의 얼굴이 반짝일 뿐이다. 메아리가 없는 갱도였다. 그래 이쯤되면 안다. 이 길은 터널이 아니었다. 이건 한쪽에서만 밀고 나가게 만든 일방의 착취였고, 끝이 없는 침묵의 전진이였다. 내 몸에 묻은 건 금도, 동도 아니었다. 내 나라 내 땅 내 조국이었다. 한 알갱이라도, 그들의 수레에 실리게 하고 싶지 않아서 나는 피부에 흙을 바르고 조국을, 우리 땅의 것을, 몸 안에 감췄다. 혹여 떨어져도 내 땅에 떨어지는 것이니 수레보다 몸에 실는 것이 나았다. 나는 지금도 생각한다. 그 깊이에서 나는 얼마나 많은 김씨와 이씨와 박씨를 광차에 싣고 흘려보냈는지를. 그들의 이름은, 입으로 부르지 않아도 내 손바닥 굳은살에 다 새겨져 있다. 그리고 지금, 그 갱도는 광명동굴이라 불리고 있다. 그곳에 내가 다시 내려간다면, 나는 가장 어두웠던 자리에 한 송이 꽃과 작은 손전등을 놓을 것이다. 우리가 마침내 빛을 건넸다는 표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