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마스 Sep 04. 2023

제가 뭐라고 감히

조언하나 해도 될까요?


제3장


본격 취미 부자로 가는 길


2022년 12월 30일 기록을 시작하다.


 앞서 ‘나’라는 두 개의 글에도 적어놓았듯이 나는 취미 부자이다. 영어 공부를 시작한 지 6개월쯤 지나 나뭇가지가 앙상해진 12월의 끝자락이었다. 영어 공부가 자연스레 내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듯했고 마침 새해도 앞두고 있으니 새로운 취미이자 습관을 들이기로 다짐했다. 어릴 때부터 욕심이 많아서인지 하고 싶은 게 많았던 내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 오늘을 위해 빠를수록 좋겠다고 생각한 것은 단연 일기였다. 한데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내겐 일기라고 하면 공책 한 페이지 한 면을 빼곡히 써야 할 것 같고, 하루라도 안 쓰면 안 될 것 같은 괜한 압박감에 시도를 미뤄왔기에 큰 결심이 필요했다.


 이런 불안함을 갖고도 일기를 쓰게 된 이유는 나보다도 아이들의 하루를 정리하기 위함이었는데, 고급 어휘와 감정 표현이 늘어나는 첫째와 이제 막 말이 트여 새로운 어휘와 문장 구사를 배우는 중인 둘째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언제 어떤 새로운 것을 처음 경험했는지 등 모든 처음이나 그 처음의 계기 및 과정을 시간이 지나도 느낀 감정 그대로 세세히 남겨두고 싶었다. 그 때문에 쉽게 포기하지 않도록 일기를 작성하는 것이 ‘해야 할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로 느껴지도록 친해지는 과정이 필요했다. 고로 아이들의 하루를 정리할 용도의 다이어리는 일부러 작은 크기에 한 면이 반으로 나누어져 짧게 기록할 수 있는 제품을 구매했고 내 하루와 생각을 오롯이 담아낼 용도의 다이어리는 두 명의 성장 일기 작성이 적응되었을 때쯤인 2개월 뒤에야 주간 달력을 이용해 그날 해야 할 일을 대조표로 정리하여 당일 저녁 확인하는 식으로 시작해 일기 형식으로 글자 수를 늘려갔다.



 매년 일기 쓰기를 실패했다면 작은 크기에 한 면이 반으로 나누어져 짧게 기록할 수 있는 제품 혹은 주간 달력을 이용하여 하루 동안 느낀 감정과 생각을 짧게나마 적어보세요. 한 줄이라도 괜찮습니다.





나이 든 토끼와 억울하고 옹졸한 고양이 같지만 실은 근엄한 호랑이 ..


 내 또 다른 취미는 그림을 그리는 것인데 좋아하는 것 치고 평소 독창적이거나 몽상과는 거리가 먼 편이라 사실적이고 눈에 보이는 걸 따라 그리는 것만 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눈앞에 제시된 게 없고 상상으로만 그려야 한다면 하루를 다 써도 완성이 어렵다. 또, 난 방송인 전현무(무스키아) 님처럼 다양한 색을 이용하여 화려하고 조화로운 채색이 어렵다. 물감이라면 더더욱, 그 때문에 물감보단 펜과 색연필을, 대개는 펜 하나만 가지고 그려내는 것을 선호한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다른 것엔 신경 쓰지 않은 채 작은 공간에서 펜 하나만 있으면 될 뿐 아니라 잘 그리고 못 그리고는 중요치 않은, 누구든지 취미로 삼을 수 있다는 게 그림 그리기의 매력인 것 같다.


머그잔에 넣을 그림


 22년의 초봄이었다. 자연사 박물관에 갔다가 멸종 위기종인 동물의 그림이 벽 한 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큰아이는 원숭이 그림을 보고 아빠를, 들소 그림을 보곤 나를 닮았다기에 우린 모두 깔깔거렸고 나는 큰아이가 조금 크고 난 뒤 꼭 말해주려 그림을 사진으로 찍어두었다. 다음 달, 머그잔에 넣을 그림을 그리려다 남편과 나를 동물로 그리고 싶었고 어떤 동물을 그릴지 고민하다 자연사 박물관에 다녀온 게 생각이 나 원숭이와 들소를 그렸다. 물론 머리가 크고 어깨는 좁은 내 체형을 더 살려보았다.


 이 외에도 예전에 하던 우드 카빙*을 포함하여 피아노 뚱땅거리기와 글쓰기, 책 읽기, 노래 부르기는 현재 내 취미다. 취미의 사전적 의미는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그렇기에 무엇이든 내가 즐기면 그게 취미다. 맛있는 걸 먹는 것도 취미가 될 수 있듯 취미는 거창한 게 아니다.



책장에 반사된 하늘이 너무 예뻐 찍은 사진


 “너는 나랑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 같아.”


 방황하던 학창 시절과는 정반대의 삶을 사는 현재의 나를 낯설게 느끼는 친구들이 더러 있었다. 십여 년을 알고 지내 온 친구들마저 약간의 벽을 느끼다니, 학생 때 도망치듯 이사를 한 탓(불운을 거래하시겠습니까? 참고)​에 이미 홀로 타지에서 생활하던 터인데 정녕 외지인이 된 느낌이었다. 하나 이러한 얘기들이 책을 더 사랑하게 만들고 자기 계발 및 자아 성찰에 몰두하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했다. 사실 친구들과의 만남 주기가 짧으면 수개월에서 길면 수년까지 서로 연락만 주고받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얼굴을 보는 일이 거의 없지만 오랜만에 만나거나 혹은 평소 여유 시간에 오랜 연락을 주고받게 된다면 ‘본인을 위한 시간엔 주로 뭘 하면서 보내는지’, 혹은 ‘취미나 하고 싶은 건 무엇인지’를 어김없이 물어본다.


 대개는 게임을 한다거나 취미가 없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심심찮은데 그도 그럴 것이 주위 5명을 보면 ‘나’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고 한다. 한데 이미 오랜 인연을 이어온 친구의 경우 내 취미와 맞는 경우보다 그들의 취미를 자연스레 따라가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특히 필라테스나 바디 프로필 같은 유행성이 강한 것은 예외로 한다면 내가 먼저 하고 싶은 취미를 찾아 공유하고 권유하지 않는 이상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도 취미까지 맞는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하나 취미가 맞는 사람을 찾기 위한 카페나 오픈 채팅 등이 늘어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요즘은 취미를 같이 즐길 사람이 있다는 것이 살아가는 데에 중요한 요소가 된 시대이다.


 실제로 밀레니얼 세대*보다 제너레이션 세대*가 상대적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life-balance)’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알파 세대*가 성인이 된 이후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불확실하지만, 나는 그런 불확실한 미래에 내 주위를 서서히 물들여 가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SNS로 인해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괴리감으로 일도 삶도 무너져 균형을 맞출 수 없는 사람이 늘어나는 듯한 요즘, 어쩌면 취미가 없다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닌 남에게 말할만한 취미가 없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그 사람들에게, 굳이 시대나 타인을 따라가기 위함이 아닌 여유로운 삶과 온전한 나를 위해 취미는 꼭 필요한 것이라 말하고 싶다.



 어떠한 것도 좋으니, 취미를 하나 만들어 보세요. 나의 삶에 한껏 여유를 가져다주는 경험을 하게 되실 거예요.



우드 카빙*
 직사각형 모양으로 절단된 나무토막을 조각칼로 깎아 수저, 젓가락, 버터나이프 등 원하는 형태로 가공하는 것으로 버터나이프 기준 30분 정도 소요됩니다.

밀레니얼 세대*
 1981~1996년 사이에 태어난 인구

제너레이션 세대*
 1997~2009년 사이에 태어난 인구

알파 세대*
 2010년 이후 출생




매거진의 이전글 작심 412일 입니다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