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싶을만큼 잘 될테니까
#10
내가 학생 때, 나는 응급구조사가 되는 게 꿈이었다. 국어와 사회 성적이 전교 10등 안에 들었으나 생명 과학 하나만 보고 이과를 선택했다. 주말이면 심폐소생술과 응급처치 교육을 수료하러 다녔다. 할아버지 장례를 마치고 일주일도 안 되었을 때였다. 응급처치 전문 과정을 수료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멀리서 양손 가득 백화점 쇼핑백이 들린 채 걸어오는 작은 엄마와 친척 언니가 보였다.
아니 글쎄, 중환자실에 계신 할아버지 통장에서 현금 전액 찾아 놓고, 본인들 얹혀살던 할아버지 명의의 집과 가게 전부 매도해 이사하고, 개명까지 마친 그 작은 아빠네 식구 아니야?
아니 그러니까, 어린 시절 잠시 맡겨진 내가 집 안에서 코피를 흘리니 더럽다며 바깥에서 멎으면 들어오라던 그 작은 아빠네 식구 아니야?
그리고 작년, 제주도에서 노느라 우리 아빠 장례식에 연락 한 통 없던 그 작은 아빠네 식구, 여전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