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 어쩌지? 괜히 무섭다. 안 울까봐.
#9
내가 중학교 2학년일 때였다. 한창 질풍노도의 시기를 격하게 겪으며 친구가 우선이던 나와 몇 년 전의 사고로 한동안 오른쪽 전신 마비를 겪다가 겨우 움직임이 다 돌아왔으나 여전히 빗장뼈에는 여러 개의 철심이 박혀있던 엄마. 내일이 오지 않는 듯이 놀던 나를 바꾼 것은 엄마의 시한부 선고였다. 심장도 좋지 않았던 탓에 길어야 5년이란다. 그때부터 공부도 열심히 하고 친구들도 꽤 멀어졌다. 물론 굥이 덕에 친구들이 나를 피했지만, (너 내 친구 맞지? 참고)
그렇게 엄마가 죽으면 어쩌지 5년간 불안에 떨며 혼자 몰래 많이 울었다. 그런데 작년 여름, 나를 떠나가신 건 엄마가 아닌 아빠였다.
아빠의 죽음은 상상도 해본 적 없었는데,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연락 한 통 자주 하는 법이 없던 내가 싫었고, 인사할 시간도 주지 않고 갑자기 떠나간 아빠가 괜히 미웠다. 눈물이 물처럼 콸콸 쏟아져 마치 방을 채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정작 죽는 상상을 수백 번도 더 해본 엄마는 10년도 넘은 지금 열심히 살고 계신다. 물론 사람이 저걸 어떻게 다 먹지 싶은 양의 약들과 함께이지만,
그런데 나, 그간의 시뮬레이션 탓에, 막상 엄마가 떠나가는 날 생각만큼 눈물이 많이 안 나면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