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의 시대

같이 일 했던 동료에게 입사 기회 소개. 합법일까 불법일까?

by 빨간약

회사를 성장시키는 데에 가장 관건이 되는 것은 바로 ‘사람’을 모으는 일이다. 아무리 훌륭한 계획도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사람 없이는 테이블 위 공론일 뿐이다.


채용을 열어 수백장의 이력서를 읽어 내려가고, 면접에서 처음 마주한 얼굴을 살피고, 계약서를 쓰고 일을 시작하며 온갖 시행착오를 함께 견디다 보면, 문득, 예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떠오르곤 한다. 함께 일해 본 사이라면 굳이 많은 말이 필요 없다. 스치는 표정 하나, 간결한 한 마디로도 손발이 척척 맞고 묵은 체증이 내려가듯 일의 추진력이 생긴다.


어떻게 문제를 푸는지, 어느 순간에 책임을 지는지, 그리고 말하지 않아도 팀을 위해 마음을 보태는 사람인지… 이 모든 것은 함께 일해본 시간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들이다.


그렇게 오래 함께 일했던 동료와 자연스레 다시 마주 앉아 서로의 근황을 나누는 일을 잘못이라 할 수 있을까. 동료 이상의 소중한 관계가 된 사람들과 고민을 나누고, 그들이 새로운 도전을 원할 때 세상에 열려 있는 기회를 알려주는 일이 누군가에 의해 통제되어야 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면, 그 주장의 당위성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일까.


우리의 걸음마다 발을 걸고 싶어하는 이들이 있다. 이전 동료와 연락을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혹은 우리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그들은 우리를 파렴치한 범죄자로 취급하는 듯했다.


나라면 사업을 시작하겠다며 애쓰는 후배들이 있다면 기꺼이 응원해줄 것이다. 그러나 전 직장은 달랐다. 그들은 주기적으로 내용증명을 보냈다. 마치 법의 칼날로 사람의 목덜미를 움켜쥐려는 듯 협박조의 문장을 반복해 보냈다.


물론 심정적 불편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사람이 떠나면 남겨진 조직은 흔들리고 불안해진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개인의 취업의 자유, 더 나은 일터를 선택할 권리, 미래를 꿈꿀 권리를 어떤 기업도 빼앗을 수는 없다. 그것은 어느 법에도 존재하지 않는 권한이며 있어서도 안 되는 권한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의미 없는 내용증명을 계속 보냈다. 그 문장을 읽을 때마다 속이 쓰렸다.

‘기분을 나쁘게 하려는 목적이라면, 참 성공했다.’

그들은 아직도 우리가 이런 행위에 겁을 먹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은 그 반대다. 겁을 먹은 것은 그들이다.


그들이 잃어가고 있는 것이 있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다. 그들이 오래전 스스로 놓쳐버린 신뢰다.


그들은 돌보지 못했던 직원들에게 상처를 주었고, 수많은 불합리와 거짓말을 서슴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떠날 수 밖에 없었다. 떠나고 나서도 후회하지 않는다. 그들이 휘두르는 분쟁의 칼끝은 사실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다. 그 칼끝은 언제나 그들 자신을 향해 있다.


나는 더 나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

사람이 떠나지 않도록 붙잡는 회사가 아니라, 머무르고 싶은 회사를.
두려워서 도망치는 곳이 아니라, 꿈꾸기 위해 머무는 곳을.


충분한 예우와 존중,
서로를 속이지 않는 투명함,
그리고 각자가 “자기 삶의 주인”임을 잊지 않는 회사.


언젠가 그들이 또 다른 길을 선택하게 된다면 나는 그 선택을 응원할 것이다.
망설임 없이, 기꺼이, 따뜻하게.


사람을 보내면 회사가 작아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성장하면, 함께했던 시간도 성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분쟁의 시대라도, ‘사람을 향한 신뢰’만큼은 어떤 칼날도 빼앗을 수 없다는 것.
그 믿음으로 오늘도 조금씩 내가 바라는 회사를 만들어 간다.


사람을 지키는 회사
사람이 회사를 지키는 회사


그곳을 향해 나는 지금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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