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중년이 되지 않기를...
아름답게 늙어가기 위해서
주변의 어르신들이 늘 하시는 말씀이 있다. 눈 한번 감았다 뜨니 이 나이가 되었다고... 세월이 순식간이다. 지금이 한창 좋을 때니 잘 살아라라고..
내 나이 마흔둘. 10년 후엔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해 봤다. 잘 그려지지 않는다. 그럴 땐 엄마를 생각한다. 52살의 엄마가 언제였지 생각해 보니 14년 전이다. 20대 후반의 나는 한참 일 하느라 친구들 만나서 노느라 너무나도 바빴다. 하고 싶은 게 많아 잠잘 시간 쪼개가며 그걸 다 했으니... 그래서 그때의 엄마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쩌면 참 외로우셨을 것 같다. 아빠와도 언니와도 늘 사이가 안 좋았고, 나는 그 싸우는 소리가 듣기 싫어 최대한 개입하지 않고 벗어나 있었다. 그것 외에 엄마가 뭘 하셨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일을 하지도 않으셨고 즐기러 다니지도 않으셨다. 그리고는 툭하면 삐져있었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한숨만 푹푹 쉬며 세상의 아쉬움만 토해내신다. 그런 엄마가 싫었다. 어쩌다 참지 못해 한 마디 하면 너도 내 나이 돼봐라 하며 넌 젊으니 좋겠다 한다.
'아니거든요. 10년 전, 그 10년 전에도 엄마는 그렇게 말했었거든요.'
늙어감에 대해 생각할 때 늘 이 두 가지를 생각한다.
- 나의 일을 하며 나를 사랑할 것.
- 맞는 말을 하기보다 푸근히 기댈 수 있는 어른이 될 것.
물론 일을 하지 않고도 세상에 좋은 건 너무도 많다. 예쁜 것, 맛있는 것, 신나는 것. 이것저것 배우는 것도 재밌다. 그러나 지난 4년 간 생산적이거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이 쏙 빠진 여유는 공허함에 가까웠다.
엄마가 되고 나면 자연스레 잔소리가 많아진다. 어쩌면 집, 그리고 엄마 앞에서는 마음 놓고 게으름도 투정도 부리게 되는 게 당연한 건데, 그들을 길러내고 집안을 돌보아야 할 의무감은 모든 엄마를 잔소리꾼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렇게 엄마는 '맞는 말'의 함정에 빠지곤 한다. '맞는 말=꼭 해야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잊는 거다. 맞는 말보다 더 중요한 정서적 가치를 외면하지 않고 사람을 따뜻하게 품어낼 수 있어야 진짜 어른이 아닐까.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커리어도 포기하고 아이들 곁에 있었는데 정작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껴질 때마다 내가 싫어졌다. 그렇게 싫었던 엄마의 모습처럼 될까 두렵기도 했다. 그래도 늘 원하는 모습으로 늙어갈 수 있기를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리고 그 생각이 생각에서 그치지 않도록 행동하는 삶에 더 큰 의미를 두려 한다. 그렇기에 나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요즘 새로운 일을 준비하느라 바쁘기도 했고, 사실 그보다 엄마가 알게 되면 오만걱정을 쏟아내 가뜩이나 망설이던 내 마음을 심란하게 할 것 같아 연락을 드리지 않고 있었는데, 역시나 또 잔뜩 삐져계신다. 사실 삐질 명분도 없으셔서 뭐라 한 마디도 못 하시면서...
제발 엄마의 인생을 사세요. 즐기면서, 아쉬움 없이... 늘 전하는 바람인데, 아마도 엄마는 계속 변함이 없으실 것 같다. 늙어감에 대해 생각하다 엄마가 들으면 참 섭섭할 이야기만 잔뜩 써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