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빨간약 Sep 16. 2024

창립 멤버 확정과 첫 OT

'내일 2시, OO동 OO아파트 OO동 OO호'


그녀에게 온 카톡의 짧은 한 줄의 문장은 마치 비밀 접선 장소라도 전달하듯 의미심장했다.


마침 그 근처에 갈 일이 생겼다는 남편의 차를 얻어타고 오랜만의 복잡한 서울 시내로 향했다. 빈 손으로 갈 수 없어 집 근처 유명한 빵집에 들러 맛있는 치즈 케이크 하나를 손에 들었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 나는 어색한 마음에 나머지 멤버들이 도착할 때까지 집 앞 주차장에서 약속시간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잘못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마치 선생님 몰래 작당모의하는 학생들처럼 마음이 싱숭생숭한 것이 참 이상하다.


그 동안 주어진 일을 열심히만 해왔지, 내 삶을 위한 결단을 내려본 경험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시간이 다 되자 5명의 멤버가 모두 모였다.

그녀를 제외하고는 모두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지만 어쩐지 엊그제도 같이 일했던 것 같은 익숙함이 금세 제 자리를 찾는다. 우리의 얼굴을 한바퀴 둘러보는데 다들 참 맑고 예쁘고 진지하다. 어떤 일을 하던지 같이 얼굴 마주하고 함께 하고 싶은 얼굴들. 오랜 세월을 함께 했음에도 정돈되고 격있는 자세로 진지하게 앉아있다. 다들 한 손에는 음료, 떡과 같은 다과를 하나씩 들고 온 모습 또한 서로 참 닮았다.


어떤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을까. 그들은 어떤 미래를 원하고 있을까.

아무리 같은 얼굴과 마음일 거라 믿어도 각자의 마음은 불확실한 미래로 인한 심란함이 가득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서로 조심스러운 마음에 어느 누구도 쉽게 오늘 모임의 주제를 꺼내지 못 한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그녀는 나에게 시작하라며 가벼운 턱짓으로 신호를 보낸다. 혼자서 끄적여 본 생각이지만, 이왕 모인 김에 자신있게 내 생각을 쭉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학생같은 자세로 앉아 내 이야기를 경청한다. 그렇게 우리의 이야기는 물꼬를 트고 여기 모인 이들의 다섯가지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각자 처음에 어떤 마음으로 이 일을 하기 시작했고, 얼마나 진심과 온 힘을 다해왔는지, 그리고 지금 우리가 어떤 고민 끝에 이 자리에 앉게 되었는지까지... 무턱대고 가던 길을 신뢰하며 계속 가기엔, 우리도 이젠 스스로의 인생을 책임질 선택을 해야 할 적지 않은 나이라는 진지함을 공유한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의 손으로 직접 "정말 좋은 회사"를 만들어 보자고 다짐한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회사"의 의미가 공통 된 모습인지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무겁고도 가벼운 마음을 밝은 미소로 정돈하며 우리의 오늘을 기념하는 촬영을 했다. 

오늘 날짜를 이름으로 한 단톡방을 개설하고 조만간 또 같은 얼굴로 만나자는 약속을 하며 헤어졌다.


오늘의 약속처럼 우리는 꿈꾸는 미래를 향해 잘 걸어나갈 수 있을까.

그 길 위에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시간이 지난 후에도 우리는 같은 모습일까.

이전 05화 같은 그림을 그리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