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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hdcafe Oct 31. 2023

17: 언제 나을까? 내일은 학교에 가고 싶다

제목: 입이 언제 나을ㄲㅏ&아프다& 학교 가고 싶다

<초1adhd일기 2022년 6월 12일_입이 언제 나을ㄲㅏ>

입이 언제 나냐 먹을 수도 없고 마실 수도 없다
순두부만 먹는다
입 나으면 먹고 싶은거 다 먹고 싶다
<초1adhd일기 2022년 6월 13일_아프다>

똥고도 아프다 설사해가주고
처음에는 엄마가 아프고
그 다음에는 내가 아프고
잇몸이 빨갛다
<초1adhd일기 2022년 6월 14일_학교 가고 싶다>

잇몸이 아프다 잇몸이 아파가주고 씹질못한다
잇몸이 아파가주고 그냥 삼킬 수밖에 없다
학교못가고 결석한다
6월7일부터 14일까지 병결했다
학교 이 나으면 갈거다
학교가고싶다 내일은가고싶다


벌써 아데노바이러스에 걸려 병결 4일째 지났다. 호수는 잔병치레도 없고 아파도 잘 먹으면서 아이인데 이번에는 진짜 힘든가 보다. 잇몸이 빨갛게 부어서 도저히 씹지를 못하고 삼키기도 어려우니 오동통한 아이가 눈가가 헬쓱해졌다. 순두부가 그나마 부드러워서 순두부를 10개 사서 아침점심저녁까지 끓여주었다.


호수는 아파서 병결하는 중에 최고로 아픈 날에도 유일하게 말씀 쓰고 기도하는 매일의 큐티는 끝까지 해냈다. 아무리 쉬라고 해도 아이는 열이 나는 채로 말씀 쓰고 기도를 했다. 딴에는 안쓰럽다 한편으론 감사하다. 이제 습관을 넘어 큐티하는 삶이 자리매감하게 되었나 싶군.


습관 잡기는 쉬워도 무너지는 것은 금방이다. 지금의 습관을 하나하나 들이는데 6개월~1년 정도 공을 들였다. 그 과정을 엄마도 같이 했다. 왜 나만 하냐고 할까 봐 말이다. 매일 공원을 여섯 바퀴 돌았는데, 어제 세 바퀴만이라도 돌자고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했다.


아픈 아들은 쉬지 않고 무언가를 한다. 주말 동안 열이 올랐다. 월요일이 현충일이라 오늘 병원에 가보니 편도선이 부었단다. 코로나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담임선생님에게 결석전화를 하고 하루 쉬기로 했다. 아침부터 아들은 아파도 쉬지 않는 네가 듬직하고 기특하다.


오전: 네모아저씨를 보면서 종이접기를 해댄다.

점심: 닭죽을 10숟가락 억지로 먹고 약과 해열제를 먹었다.  EBS 초등 한자, 영어, 도덕을 보았다.

오후: 연습장에 수학을 문제를 만들어 풀었다.

         눈높이 학습지 영어 숙제를 했다.

         대용량 클레이 오늘은 연두색으로 문자를 만들었다.


"나 열나요? 안 나요? 언제 나아요?"를 불안한 듯 수없이 질문해대던 네가 드디어 회복이 되었다. 그 끊임없는 언제 났느냐는 질문 때문에 노이로제 걸린 뻔한 엄마도 이제 해방이다. 일주일 내내 아픈 너랑 있으니 자유가 없어서 지친다. 숨 고를 자유가 필요하단다.


<여성의 신비>-베티 프리단 저 p. 364-372 “여성은 그녀 자신의 욕구와 능력으로 새로운 살을 창조해야 하며, 과거에 여성다움만을 강조하고 애정과 아이의 가정 속에서만 미래를 계획했던 것과는 달리, 보다 큰 목적을 이 새로운 계획과 조화시켜야 한다.
하루 한시간, 주말 혹은 주 전체까지도 어머니라는 임무로 밖에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그 문제에 대해 해답이 될 수없다. 아동 및 가족 전문가나 가정주부의 진저리와 피곤함을 풀어주겠다는 어리석은 의사들은 ‘어머니로서 철저하라’는 충고를 하면서, 여성이 마치 자동적으로 가정주부이기만 하고 앞으로도 영원히 어머니이만 하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시간을 완전하게 쓰는지에 상관없이 아무리 젊은 여성일지라도 오늘알에는 어머니로서의 책임에 시간을 모두 보낼 게 아니라, 우선 자기를 인간으로 생각해야 한다. 역할과 조화시킬 수 있는 사회인으로서의 역할이라는 관점에서 인생의 설계를 세워야만 한다.
남자와 마찬가지로 한 사람으로서의 자신을 알고 자아를 발견하는 유일한 길은 여성 스스로의 창조적인 직업에 있다.”


아들도 어지간히 학교가 가고 싶은 모양이다. 엄마도 너와 떨어져 자유시간 갖고 싶다. 6일째 결석하고 나서, 오늘 드디어 등교를 했다. 장대비가 내린다. 우산을 쓰고 교문들어가는 것을 보았는데, 뒤돌아 오다가 다시 조심스레 아들 뒤를 따른다. 기특하게도 학교 현관까지 직진한다. 우산을 접어 우산꽂이에 꽂는 모습을 멀직이 지켜보다가, 돌이켜 집으로 향했다. 간만의 등교인데 '아들이 잘지내려나' 염려하는 엄마 마음을 쓸어내리는 꿁직한 빗줄기 소리가 시원하다. 


아~~! 네가 없는 조용한 일상이 평온하고 신기하다. 막상 네가 없으니까 눈에 밟힌다. 엄마는 좋은 것 먹고 좋은 것 보고 할 때마다 네 생각이 난다.  같있으면 힘들고 떨어져 있으면 생각나는 너란~~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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