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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hdcafe May 04. 2023

03: 학교폭력에 대한 엄마의 대처방법

제목: 어쩔티비

<초1adhd일기 2022년 5월 17일_어쩔티비>

139곱하기666은92574
00이가 왜 때리는 거나면 화가 나서 그런다
아아 내가 깜빡 했구나
나는 다른 학년이랑 얘기할 필요 없다 트집잡으니까 안 잡히기 위에서 그렇다  
안 그러면 계속 트집 잡고 그러니까

학생들 중에는 입이 걸진 아이들이 있습니다. 아들이 보통 아이였으면 대수롭지 않게 맞받아쳤을 것입니다. 반사라던가, 네가 바보라던가, 선생님에게 이르던가. 그런데 아들은 당황스러워서 울어버렸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아이의 마음을 일기장에 적어보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바보라고 하는 사람이 바보라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다음에 그런 일이 있으면 선생님께 이르고 그래도 계속 그런 일이 있으면 엄마한테 이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방과 후 수업 시간에 지속적으로 놀린다고 아들이 전해주었습니다. 하루는 일찍 하교시키러 갔는데, 때마침 운동장에서 방과 후 체육시간에 야구수업이 한창이었습니다. 학년별로 돌아가면서 수업을 하는 모양이었습니다. 쉬는 아이들은 삼삼오오 학년별로 떼지어 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아이가 계속 아들을 때리고 건드리는 것입니다. 아들은 자꾸 피하고 도망가도 따라가며 괴롭히는 같은 반 남자아이가 있었습니다. 속이 부글거리지만 애써 태연하게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습니다. 괴롭힌 아이에게 어떻게 했는지 다 봤다고 이번에는 그냥 넘어갈테니 다음부터 그러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방금 전에 때리는 장면을 찍은 영상을  바로 삭제했습니다. 후일 알게 되었는데, 그 아이는 담임선생님이 학급에서 제일 의젓하기 때문에 아들을 도와주라고 시킨 아이였습니다. 모두 다른 아이들을 방관자였습니다.


아들을 괴롭힌 특정 아이에 대해 학폭위를 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학폭위를 건다면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 그리고 학폭위를 조사하는 모든 관계자들에게 고통스러운 과정이라 피하고 싶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폭위까지 간다면 공교육과 이별하고 홈스쿨링으로 돌아서리라는 단을 내릴 때이니, 그전까지는 저도 학부모이니 타협과 중재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그 특정 아이의 이름을 선생님께 말씀드리지는 않았습니다. 학교폭력이 가해자 피해자에게만 악영향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방관자가 성인이 되어서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책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더이상 안 되겠다 싶어서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예약했습니다. 남편과 같이 가서 우리 adhd 증상에 대해 오픈하고 장점이 많은 아이이며, 집에서 얼마나 아이를 위해 노력해주고 있는지 말씀드리고 지도를 부탁드렸습니다.


그 이후 집단적인 폭행이나 욕설은 점차 줄었지만 개인적인 괴롭힘은 여전하였습니다. 물론 우리 아이도 잘못하는 것이 많습니다. 다른 사람을 건드리거나, 뜬금포들을 날리며, 종일 말도 안 되는 수다와 패턴화 된 표현들을 씁니다. 딱 adhd 증상을 지닌 티가 납니다. 그럼에도 제가 바라는 것은 동년배와 선후배들이 수년간 같은 초등학교를 다닐 것입니다. 그 아이들도 자라가는 아이들이니 아들특성을 이해해달라기어렵습니다. 다만 함께 부대끼면서 조금씩 받아들여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담임선생님의 중재를 부탁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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