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의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공감대화
ADHD 진단을 받기 전,
저는 늘 아이를 보며 의아했던 것 같아요.
아이가 6살 무렵엔 한글이 이슈였어요.
왜 우리 아이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한글에 관심이 적을까.
자꾸 신경이 쓰였고
자꾸 비교되었죠.
이렇게 보낸 9년간 주로 아이의 '부족한 점'에 눈이 갔어요.
초등학교 1학년 담임쌤의 말은 결정타였어요.
"어머니 아이의 글씨에 더 신경을 써주셔야 할 것 같아요."
'아 우리 아이가 한글이 늦었는데 글씨까지 못쓰는구나.'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담임 선생님의 한 마디가 들 쑤신 제 안에 있던 걱정과 불안이요.
걱정이라는 부정적 감정은
아이의 모든 장점을 가려버리는 특징이 있는 거 같아요.
마치 블랙홀이 주변의 모든 빛을 빨아들이는 것처럼요.
그래서 전 자주 '빨간펜'을 들었어요.
비록 부드러운 어조였지만
아이가 쓴 글씨를 제가 지우고 "다시 써봐" 반복적으로 말했어요.
당시 제 머리엔 '구멍을 메우자'는 생각이 가득했어요.
그러나 저의 의도와 달리 아이는 소리를 지르며 싫어했죠.
공부 시간만 되면 화장실에 갔고, 물을 마시러 갔으며, "이것 하나만 하고"라는 말로 도망다녔어요.
1시간 넘게 자리에 앉자고 실갱이하는 날이 이어졌죠.
7시에 시작하자고 한 공부는 8시반이 되어서야 겨우 시작되곤 했어요.
시작되더라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죠.
당시엔 이것이 ADHD의 특성인걸 몰라서
늘 답답하고 화가 났던 시기에요.
아이가 3학년 겨울방학에 ADHD 진단을 받았어요.
산만함과 충동성이 복합적이었죠.
그리고 ADHD 아이와 수많은 시행착오를 한 끝에 알았어요.
ADHD 아이에게 빨간펜보다 효과 있는 건 형광펜이라는 것을요.
아이를 빨간펜을 그어야할 대상이 아닌
형광펜으로 빛나도록 해주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빨간펜을 쓰고 싶다면 먼저 형광펜으로 아이와 단단한 신뢰를 만들어야한다는 걸 알았어요.
형광펜이라는게 별게 아니에요.
아이의 장점에 하이라이트를 쳐 주는 거죠.
아이의 장점을 발견해주고 인정해주고 빛나게 해주는 거에요.
그래서 우리 아이의 장점을 찾기위해 부단히 노력했어요.
걱정 인형이었던 제가 아이의 장점을 바로 찾아낸 건 아니에요.
단점은 대충 슥~~봐도 보이는 반면
사람의 장점은 오래 보아야, 깊게 보아야 비로소 보입니다.
이렇게 찾아낸 저희 아이의 장점은 다음과 같았어요.
우리 아이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잘 내고
새로운 데 호기심이 많으며
손재주가 훌륭하고
시작할 때 열정이 높아요
알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이든 찾아서 비로소 알아내려 하고
한번 빠지면 바닥까지 파는 스타일인데다
몸으로 움직여서 실행하는 걸 즐깁니다.
장점을 찾고 보니
너무나도 ADHD 특성과 들어맞습니다.
네 이제 저는 알아요.
ADHD의 특성이라고 흔히 나오는 것들은
ADHD 아이들의 장점이기도 해요.
아이의 장점을 찾고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주었어요.
"엄마는 네가 낸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참 좋더라.
너의 아이디어가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된다면 더 큰 힘을 낼거야.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해야할 때 그때만큼은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성들여서 글씨를 써보렴.
그럼 너의 장점이 더 잘 드러날거야."
처음에 아이에게 이 말 해주었을 때
아이의 대답이 기억나요.
"응 엄마, 정말 그렇겠다"
ADHD 아이들은 지적을 참 많이 받아요.
그래서 지적을 받게 되면 벽을 치죠.
아이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오히려 장점이 빛나게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말해주니 설득력이 있어요.
아이도 부드럽게 받아들이고 자신이 인정받는다는 느낌에 좋았다고 해요.
네 맞아요.
인정해야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어요.
아이도 좋았겠지만
더 신기한 일은
이 말을 내뱉은 제 기분이 더 좋았다는 거에요.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한층 깊어진 느낌이었고
아들과 엄마인 제 사이에 놓인 넓은 간극 사이 절충점을 찾은 느낌이었거든요.
"글씨 좀 잘 써"라는 말을 하고 나면 걱정과 불만족감같은 부정적 감정이 제 안에서 일어나곤 했어요.
제 안에서 아이의 장점으로 아이의 단점을 커버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에
희망적인 긍정적 정서가 올라오는걸 느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관점과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어요.
빨간펜보단 먼저 형광펜을 들자.
제가 '형광펜'을 사용하면서
5학년 때 학교 상담을 갔어요.
담임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시길.
"어머님, **이는 모둠활동을 할 때 자기의 역할을 잘 찾아요."
"아 그래요 선생님? 아이가 글씨를 잘 못써서 한때 의기소침해하던 적이 있었는데 그건 괜찮나요?"
"**이는 모둠활동에 적극적이에요. 그리고 **의 아이디어를 모둠 아이들이 좋아해요
**이의 아이디어가 잘 받아들여져요."
이 말을 듣고 참 다행이다 싶었어요.
결국 사람은 자신의 장점으로 단점까지 극복해내는 존재가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학교에서 이렇게 부단히 노력하는 아이를 위해
응원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이 세상에 부족함이 없는 사람은 없을거 같아요.
부족하지만 받아들여지고,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얻어 노력한다면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아이에게 해주는 말 한마디로 엄마의 마음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남들과는 다른 특징을 가진 우리 ADHD 아이들
ADHD의 특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잠재력이 밝게 빛나길 바랍니다.
형광펜을 잘 사용할 수 있는 엄마가 될 수 있도록 늘 기도하고 노력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