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과 집착 사이
산만하고 충동적인 ADHD 아이가 공부라는 어려운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아이 수준에 맞는 공부량 조절부터
아이를 지적하거나 비난하지 않는 마음가짐과 말, 행동까지
제가 할 수 있는 갖은 노력을 다 한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아이가 공부를 안 할 때.
'엄마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으니 이제 결과는 너의 책임이다.
너의 미래는 이제 너의 책임이다.'
라는 태도를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아직 제게 너무 어렵습니다.
아이가 안 하겠다고 버틸 때마다
졸리다며 자러 들어갈 때마다
매번 가슴이 쓰립니다.
ADHD 아이의 미래가 걱정되는 것 같습니다.
엄마가 조금 더 참고 노력해서
ADHD 아이가 하루를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훈련해야
어른이 되었을 때
제 앞가림하며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이가 말을 듣지 않으니 답답합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매일 답답한 상황을 겪으니 멘탈이 흔들립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넘겨야 할까.
얼마 전 속상한 마음에 다이어리를 쓰다가
저의 오랜 화두에 대해 답을 찾았습니다.
졸리다며 이틀째 공부를 안 하고 방으로 들어가던 아이의 뒷모습에 어김없이 가슴이 쓰리던 날.
답답한 마음을 해소할 방법이 없어 무작정 집 밖으로 나와 걸었습니다.
고요한 밤길을 혼자 걸으며 시끄러운 마음을 진정시키다가
ADHD 산만한 아이의 학습법을 코칭해 주시는 이사비나 선생님께 카톡으로 고민상담을 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공부를 완료하지 않으면 아이가 보상을 받지 못하는 걸 인지하고 있다면 그냥 두는 게 맞다 “는 답변을 주셨습니다.
청소년기에 접어든 14살 아이이기에 강요로 공부하는 시기는 지났고
공부를 여러 번 권하면 오히려 싸움이 날 수 있으니
아이를 믿고 기다리는 게 나을 것 같다는 말씀이셨어요.
선생님의 말을 듣고 든 생각은
'아이가 큰 만큼 나도 변해야 한다'였습니다.
다루기 어려운 이 아이를 믿고 기다리려면
먼저 제 마음을 잘 다루어야 했습니다.
다음날.
아이는 공부를 시작했지만
다 마치지 못하고 또 자러 들어갔습니다.
조언받은 대로 아무 말 없이 아이의 선택을 수용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렇지 않기가 어려웠습니다.
여전히 제 속은 쓰렸고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펜을 잡고 다이어리에 일기를 썼습니다.
다이어리는 늘 제가 헤멜 때 답을 주는데요.
그래서 저는 제 다이어리를 매직노트라고 부릅니다.
아래는 그날 쓴 제 글의 일부입니다.
“아이의 계획 수행 정도에 따라 매일 내 기분이 좌우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지쳤다.
그런데 아이에 따라 내 기분이 좌우되면 되겠는가?
내 스트레스 요소가 내가 관리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나는 너무나 취약하다.
여기서 생각해 보자.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나에게 집중하며 다이어리를 쓰고 내가 통제 못하는 스트레스를 흘려보내는 것이다. “
이날도 어김없이 매직노트는 제게 마법을 부렸습니다.
쓰다 보니 복잡하게 뒤엉켜 있던 제 마음속에서 길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휘둘린 이유는 제가 통제하지 못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깨닫고 나니 길이 보였습니다.
아이가 공부를 안 하는 상황을 제가 완전히 막기란 불가능합니다.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환경조성에 힘쓰겠지만
공부를 할지 말지 결정하는 건 전적으로 아이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스트레스 상황 발생은 막을 수 없더라도 내 대응법은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리학의 기본 원칙.
"현 상황을 개선하고 싶다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은 흘려보내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을 적용할 때였습니다.
심플한 이 원칙을 떠올리기까지 얼마나 오랜 기간을 돌아왔던가.
다음날 아침
머리가 맑았습니다.
어제 다이어리를 쓰면서 내린 결정 덕분인 것 같았습니다.
생각의 전환이 이렇게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구나.
새로운 대응방식이 처음엔 익숙하지 않고 불편하겠지만 점점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흘려보내기를 연습하면서
제 복잡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 선택이 아이에게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올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아이가 공부를 완료하도록 힘쓰지 않은 나의 선택이
아이를 성장시키지 못할까 봐 나아가 아이의 습관을 잡지 못하고 아이를 제대로 이끌어주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과도한 책임감이 부른
과도한 통제 또는 집착 아닐까요.
책임감, 통제, 집착의 명확한 경계는 무엇일까.
막상 그 안에 있으니 경계가 잘 보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자칫하다 미끄러지듯 집착까지 흘러들었다면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어쨌거나
스트레스 상황을 끌어안고 있으면 건강한 생활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을 제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아이가 공부하도록 만들려다가 서로 감정이 상하고, 제가 감정 소진으로 지쳐버리길 반복하기보다는
통제 불가능한 스트레스는 흘려보고
효과가 날 수 있는 영역에 제 에너지를 쓰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효과가 날 수 있는 영역은
아이와 하루 계획 세우고 비주얼화 하기
내일은 해보자고 격려하기
라는 생각까지 이르렀습니다.
아이는 여전히 비슷합니다.
어느 날은 공부를 완료하고, 어느 날은 공부를 마치지 못하며, 어느 날은 공부를 안 하고 있습니다.
공부를 안 하는 날은 불편한 마음을 느끼며 잠을 자고
내일은 공부를 해야지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제가 저를 지키는 방법을 깨달았고
균형을 찾아가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점점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옆에서 균형을 잘 맞추며 기다려주면
늘 같은 것 같은 우리 아이도 아마 일 년 뒤에는 더 나아질 거라 생각해 봅니다.
부모는 아이의 행동을 지금 당장 바꾸는 사람이 아니라
결국 바꾸어내는 사람이라는 서천석 선생님의 책 문구를 떠올리며
긴 노력 끝에 결국 아이가 스스로 하기로 한 일은 해내는 아이로 성장해 내길 바라며
내가 나를 소진시키지 않고 아이를 성장시킬 수 있는
그 중간 어느 경계를 찾아 지켜낼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저의 오늘 이 글이
생각과 걱정이 많은 부모님,
ADHD 아이가 걱정되거나
아이의 증상 개선이 마음처럼 되지 않아
지쳐있는 부모님께 제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