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가기 위해서 나에 대해 혼자 생각하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이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는 것입니다.
내가 나에 대해 알려면 나에게서 나와 거리를 두고 봐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데,
다른 사람은 이미 나와 거리가 있고 그냥 보면 눈으로 보이기 때문에 내가 보지 못하는 나를 잘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이 보는 나는 '나의 일부분'이긴 합니다.
나의 전체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시간과 공간, 소속된 곳에 따라 거기에 한정된 나의 모습을 보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래도 그 부분에 있어서의 나를 발견하고 이야기해주는 것이기에 다양한 분야와 다양한 사람에게 물어보면 나의 다양한 면을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저도 나름 다양한 분야와 연령대의 지인에게 저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알고 지낸 지 좀 오래되었고, 나에 대해 잘 알 것 같은 가까운 사람 중 선별했습니다.
가족 중 두 명, 상사와 같은 리더십에 있는 두 분, 친구 같은 또래 한 명, 오래 알고 지낸 제자 한 명.
그런데 그중 한 명만 답을 해주지 않았고 모두 정성스럽게 답을 적어 보내주었습니다.
답을 안 해준 한 명은... 24년 나와 함께한 저희 남편입니다. 당연히 해줄 줄 알았던 남편에게만 거절당했습니다.
아침에 요청하는 톡을 보냈는데, 답변을 보며 혼자 감동받고 행복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나에 대해 이렇게 생각해주고 있었구나... 하고 평소 대화에서는 듣지 못했던 칭찬도 많이 들었습니다.
자존감이 쑥쑥 성장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물어본 질문은 3가지였습니다.
나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한다면 어떤 사람이라고 소개할 건지..
그리고 나의 장점과 다른 사람과 다른 모습을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정성스럽게 적어준 답을 여러 번 읽어보며 키워드를 뽑아보았습니다.
졸린 라이언은 정말 평소에도 졸릴 만큼 바쁘게 사시는 분으로 제가 속한 팀의 리더이십니다.
함께 일한 지 올해로 딱 10년이 되었죠.
저보다 나이가 많으신데, '친구'로 표현해 주신 것이 새로웠습니다. 그냥 친구도 아니고 든든한 친구라고 여겨주시니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일을 함께 하고 있어서 저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칭찬이 많았고,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키워드가 나와서 놀랐습니다.
제가 의리라는 말을 이분에게 쓴 적이 없는데, 이분은 제가 의리로 함께하고 있음을 느끼셨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제가 의리를 중요하게 여기긴 하지만, 그걸 말하지 않아도 이렇게 느끼고 계시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예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의리'를 지키려고 합니다.
일을 할 때에도 약속한 마감일을 항상 지키려고 노력했고, 내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최대한 함께하려고 했습니다.
즐거운 네오는 정말 저에게 즐거운 이슈들을 주는 사람입니다.
가깝고 나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 글을 보고 더 놀랐습니다. 정말 제 마음을 이렇게 다 알고 있구나 하고요. 역시 오래 함께해서인지 제가 내성적인 것도 알고 있고, 그걸 잘 티 내지 않으려는 것도 알고 있다니...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삶을 지향하는데 혼자 재충전하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까지 저의 깊은 성격까지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사람이 발견한 저의 장점 중 제가 좋아하는 키워드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저는 공감을 잘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공감이 필요하다 생각해 연습하고 훈련을 해서 지금 이 정도인 것인데.. 공감을 잘한다고 말해주니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저는 누군가 어려움을 이야기하면 공감보다 뇌에서 해결책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또 하나 제가 좋아하는 키워드는 '독특하다'입니다. 평범하고 평균적인 생각보다 개성 있고 독특한 아이디어가 반짝하는 순간 행복함을 느낍니다.
피스메이커 프로도는 저와 나이 차이가 있지만 제가 아끼는 제자입니다.
이 녀석의 답을 통해서는 가슴 뭉클하기도 했습니다. 어느덧 이렇게 자라서 나의 특징과 장점을 아는 친구 같은 사이가 되었다는 것이 기특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공부하는 걸 좋아하고, 미래 기술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습니다. 컴퓨터가 보급화 될 때 컴퓨터를 배웠고, 인터넷이 나왔을 때 접속해서 사용해 봤고,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 바로 바꿔서 회사에서 변화할 부분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이 친구가 봐준 저의 모습 중 가장 마음에 드는 키워드는 '보는 눈'이 넓다는 말이었습니다. 항상 눈앞에 있는 것만 보지 않고 시야를 확장해서 넓게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제가 그런 사람이라고 표현한 적이 없는데 이런 저의 스타일을 알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제가 강의 때 저를 소개할 때마다 '디자인 전공하지 않은 디자이너'라고 소개를 합니다. 저는 프로그램을 전공했습니다. 요즘 핫하다는 그 코딩을 전공했습니다. 학과 성적은 좋았는데 이걸 평생 하면서는 못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시 돌아보았는데, 미술을 하고 싶었던 마음을 다시 꺼냈습니다. 그리고 그냥 현장에서 부딪히며 배워도 디자인을 해야겠다고 결심했고요.
프로그램을 전공했고 이과인 제 뇌는 아무래도 감성보다 이성에 더 가까운 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즐거운 네오가 말한 것처럼 저는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나 봅니다. ^^
마이크를 든 라이언은 친구는 아니지만, 친구처럼 서로 마음이 통하는 동생입니다.
예쁜 말을 잘하는 친구라서 칭찬도 참 예쁘게 잘 써준 것 같네요. '내가 이 정도의 사람이야?'라고 느낄 만큼 절 좋게 봐주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이 친구의 키워드는 크게 두 개가 강조되어 있더라고요.
소심한 네오가 말한 것처럼 저는 저에게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하고 새로운 것에도 도전해보려고 하는 편입니다. 계획하는 것도 좋아하고, 실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꾸준하게 달리는 편입니다. 그래야 내가 성장하기도 하니까요.
이렇게 무언가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면 제가 '일 중심'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일을 열심히 하지만, 일보다는 사람이 더 중심입니다.
일은 무너지면 다시 하면 되지만, 사람의 마음과 관계가 무너지면 다시 세우기가 어렵습니다.
일과 사람(관계) 둘 중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 저는 사람을 선택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성과를 보면 훌륭할 만큼 뛰어난 게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15년 일했던 회사에서 나오기로 선택한 이유도 사람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표현한 저의 모습에 #의리 #배려라는 말이 나온 것 같습니다.
선택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선택을 빨리 하는 편이라 이 친구가 표현한 저의 모습에서 선택이라는 키워드가 나온 것 같습니다.
저는 심사숙고하고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선택을 하면 뒤돌아 보지 않는 편입니다.
어느 쪽을 선택할지 양쪽의 경우를 다 생각하고 경우의 수까지 상상해 가며 최대한 선택을 잘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딱 선택을 하고 나면 선택하지 않은 쪽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선택하고 난 이후에 선택하지 않은 것을 생각하고 후회한다고 결과가 바뀌지 않으니까요~
제 성격이 "이거 아니면 저거"로 명확하게 하는 걸 좋아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선택하기 위해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 시간이 아깝다 생각해서 최대한 그 시간을 단축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지인 찬스로 알아본 저의 모습은 신선하기도 하고, '내가 그런 사람이지'하고 공감이 되기도 한 시간이었습니다. 나에 대해 이렇게 예쁘게 바라보고 표현해 준 사람들에게 고맙고 이런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여러분도 지인 찬스를 써보세요.
나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하는지.. 그 키워드들을 뽑아보세요.
그러면 나의 장점, 나만이 가지고 있는 모습을 더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