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는디자이너 Sep 23. 2023

10년 전의 나, 얘기 좀 하자

지금 내 나이에서 빼기 10을 하면...?

몇 살이 되시나요?

저는 딱 34세가 되네요.

그때 내가 뭘 하고 있었나 잠시 생각해 보니..

2013년 집을 짓는다고 살 곳이 없어서 방황하던 시간들이었네요.

2012년 여름부터 짐은 이삿짐 보관센터에 맡겨두고 차에 옷과 두 아이 장난감을 싣고 다니며 친정과 시댁을 오가며 살았던 시간입니다. 그리고 1년이 된 2013년 여름에 지금의 집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이 집에 들어오면서 새로운 삶을 살고자 많은 것들을 다짐했었네요.

남편과 산책도 매일 하며 운동을 열심히 하자 했었고,

1년간의 나그네 생활을 마치고 와서 열정적으로 살자고 결심했던 초심이 지금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제 10년을 살았으니 처음의 마음이 많이 식은 것은 아닌지...


자 오늘은 10년 전의 저와 이야기 좀 해야겠습니다.

남편들이 아내에게 듣는 말 중 가장 무서운 말이 "나랑 얘기 좀 해"라는 말이라는데...

작정하고 부르면 심장 약한 '나'도 무서워할 테니 부드럽게 살살 불러주세요.

"10년 전의 세진아, 나랑 잠깐 이야기 좀 할까? 내가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10년 뒤의 미래를 알고 있는 이 언니가 알려줄게~


출처: https://unsplash.com/ko/%EC%82%AC%EC%A7%84/d34DtRp1bqo



2013년에 살고 있는 나에게

그동안 집을 짓는다고 어린 두 아들과 나그네 생활하느라 너무 수고 많았어.

1년 동안 눈물 흘리며 힘들었던 시간들을 잘 견뎌냈어.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는 새로운 생활에 설레고 기대가 되지?

예쁜 경치에서 부부가 산책하며 운동하겠다고 다짐도 하고, 오늘의 감격이 담긴 초심을 잊지 말고 살자 다짐했지?

아마 그 다짐이 끝까지 지켜지지 못할 거야.

새로운 생활로 한순간에 습관이 바뀌어지지 않아. 

그러니 너무 남편을 닦달하지 말고 천천히, 싸우지 말고 가길 바래. 

처음에 활활 타오르다 꺼지는 불이 아니라 처음엔 작아도 꾸준히 타오르는 불이 되길 바란다.

그러니 지금의 열정은 조금 약하게 조절해 보는 게 어때? 

나중을 위해 조금 아껴두면 어떨까?


지금 네가 창업부터 함께한 회사에 들어온 지 12년이 되었지?

그동안 회사가 성장하고 단단해지는데 너희 부부가 참 많이 애쓰고 수고했어.

20대와 30대 초반을 다 쓸 만큼 회사를 향한 너의 열정도 칭찬해.

그런데 이제 회사만 바라보고 있지는 마.

지금은 가슴 아픈 말로 들리겠지만, 넌 언젠가 회사를 떠나야 해.

그날을 지금부터 미리 준비했으면 좋겠어.


회사에서 열심히 디자인만 하다가 네가 독립했을 때를 생각해 봐.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일까?

회사와 상관없이 너를 알릴 수 있는 너만의 브랜딩이 꼭 필요할 거야.

브랜딩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니까 지금부터 천천히 준비하면 좋겠어.

그래야 네가 회사에서 독립하고 혼자가 되었을 때 막막하지 않을 거야.

이건 정말 내 말을 믿고 준비해도 돼. 너의 브랜딩 만들기를 위해 공부하고 시간을 투자하길 바래. 꼭!


아주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

네가 디자이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디자인한 작품이랑 네가 디자이너로 공부하며 알게 된 것들을 일주일에 2개씩 인스타그램에 올려봐. 

그럼 10년 후 1000개의 글이 올라가게 될 거야.

한 달에 두 개씩 네가 알고 있는 디자인 팁도 영상으로 찍어봐.

남편 찬스를 써서 편집도 할 수 있잖아~

그럼 10년 후 240개의 영상이 올라가게 될 거야.

네가 디자이너로 살아는 너의 이야기를 일주일에 한 개씩 블로그에 올려봐.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있는 이야기로 적어도 되니까 완벽하지 않아도 돼.

그럼 10년 후 500개의 글이 올라가게 될 거야.

인스타그램, 블로그, 유튜브에 네가 올린 글과 이미지 영상들이 10년 쌓이면 아마 엄청난 일이 생기지 않겠어?

그러니까 일하느라 바쁘다고 미루지 말고 이것만 좀 꼭 해보면 좋겠어.

정말 꾸준히 한다면 너에게 그 어떤 것보다 큰 자산이 될 거야.


지금 네가 받는 월급과 수입에서 매달 40만 원씩 적금을 들길 바래.

네가 회사를 떠나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목돈이 꼭 필요할 거야.

새로운 도전을 하는 동안 수입이 없을 수도 있어. 

그때 네가 생활비를 걱정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조금 힘들어도 40만 원씩 적금을 들어놔.

그래야 네가 자신 있게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어.

새로운 도전을 하는데 빚을 지며 시작한다면 더 불안하고 자신감을 갖기 어렵겠지?


그리고 지금은 네가 밤을 새우고 다음날을 사는 것이 견딜만할 거야.

그런데 10년 후 네가 40대가 되면 아마 밤을 새우고 난 다음날 생활이 안될 만큼 힘들 거야.

너의 실력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너의 건강과 체력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해.

그래야 네가 나이가 들어도 네가 하고 싶어 하는 일들을 거뜬히 할 수 있어.

그러니까 지금부터 꼬박꼬박 운동도 하고, 체력을 쌓기 위한 시간들을 우선순위에 두면 좋겠어.


잔소리가 참 많았다.

정말 10년을 먼저 살아본 언니가 해주는 말이니까 믿고 해 봐. 

후회하지 않을 거야.

10년 동안 어려움이 있어도 넌 분명 잘 견뎌내고 일어설 거야.

그러니까 힘들고 마음 아픈 순간이 있어도 그건 순간일 뿐이니까 잘 지나가주길 바래.

힘내라. 내가 널 응원한다!





출처: https://unsplash.com/ko/%EC%82%AC%EC%A7%84/M0zs81FNm6s


정말 짧게 잔소리를 하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정말 폭풍 잔소리를 했네요.

이렇게 적고 보니 그때 저 잔소리대로 살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제 마음에 후회가 되는 일들을 많이 이야기한 것 같아요.

그런데 다시 읽어보니 저 잔소리가 지금의 나에게도 해당되는 것 같아요.

퍼스널 브랜딩을 만들라는 것이 가장 핵심이 되는 잔소리인데 방법도 아주 구체적이네요.

인스타그램에 일주일에 2개, 블로그에 일주일에 1개, 유튜브에 한 달에 2개씩 올리면 정말 브랜딩이 안될 수가 없겠네요.

그리고 새로운 시작에 투자금이 될 수 있도록 적금을 40만 원씩 드는 것, 체력을 쌓기 위해 운동을 하라는 것..

이 3가지는 10년 뒤를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꾸준히 실천을 해봐야겠습니다.

10년 뒤에는 같은 잔소리를 듣지 않도록 말이죠~

작가의 이전글 성공을 만든 선택, 실패를 만든 선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