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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야 Nov 12. 2019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 날 이후 한 번도 떠올려본 적이 없던 기억이다. 그런 기억이 지금에서야 떠올랐다. 지난 1월, 내 결혼식을 앞두고 모인 상견례 자리였다.


식사 자리를 예약하고 아빠가 술에 취해 실언을 하진 않을까, 걱정했다. 변명을 하자면 나만 그런 건 아니었고 두 오빠와 두 고모도 불안해했다. 어서 그 순간이 지나가기만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우리 집 사정과 제대로 배우지 못한 부모를 부끄러워했다. 그때는 내 부모가 부끄러웠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한 내가 부끄럽다. 



아빠는 계속 내 자랑을 했다. 학원 한 번 제대로 못 보냈는데 반에서 1등을 하던 딸이라고, 대학을 다니는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벌면서도 장학금을 놓치지 않던 딸이라고. 자기는 아무것도 해준 게 없어 미안하지만, 자기가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지만 누구보다 귀한 딸이니 잘 부탁한다고. 그는 그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엄마는 혹여나 자신이 내 친모가 아니라는 사실이, 내게 흉이 될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 그때 나는 그 옆에 앉아 내 부모가 혹여 실언을 할까 봐 계속 말소리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다. 2시간에 걸친 점심식사가 끝나고, 나는 모든 걸 끝냈다는 안도감에 내 부모의 얼굴은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이제야 조금 아빠의 얼굴이 보인다. 그의 눈물이 보이고 그의 말소리가 들린다.

나는 그의 자부심이었건만 나는 그를 미워했다. 그런데 여전히 그가 밉다. 그런 나도 밉다. 






Photo by timJ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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