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 날 이후 한 번도 떠올려본 적이 없던 기억이다. 그런 기억이 지금에서야 떠올랐다. 지난 1월, 내 결혼식을 앞두고 모인 상견례 자리였다.
식사 자리를 예약하고 아빠가 술에 취해 실언을 하진 않을까, 걱정했다. 변명을 하자면 나만 그런 건 아니었고 두 오빠와 두 고모도 불안해했다. 어서 그 순간이 지나가기만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우리 집 사정과 제대로 배우지 못한 부모를 부끄러워했다. 그때는 내 부모가 부끄러웠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한 내가 부끄럽다.
아빠는 계속 내 자랑을 했다. 학원 한 번 제대로 못 보냈는데 반에서 1등을 하던 딸이라고, 대학을 다니는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벌면서도 장학금을 놓치지 않던 딸이라고. 자기는 아무것도 해준 게 없어 미안하지만, 자기가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지만 누구보다 귀한 딸이니 잘 부탁한다고. 그는 그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엄마는 혹여나 자신이 내 친모가 아니라는 사실이, 내게 흉이 될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 그때 나는 그 옆에 앉아 내 부모가 혹여 실언을 할까 봐 계속 말소리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다. 2시간에 걸친 점심식사가 끝나고, 나는 모든 걸 끝냈다는 안도감에 내 부모의 얼굴은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이제야 조금 아빠의 얼굴이 보인다. 그의 눈물이 보이고 그의 말소리가 들린다.
나는 그의 자부심이었건만 나는 그를 미워했다. 그런데 여전히 그가 밉다. 그런 나도 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