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야 Nov 12. 2019

미움을 포기할 용기도 있어야 한다



기시미 이치로와 고가 후미타케는 책 <미움받을 용기>를 통해 아들러의 사상을 소개한다. 아들러는 융, 프로이트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심리학의 거장으로 개인심리학을 연구했다. 그는 융이 밝혀낸 콤플렉스에 대해서 동의를 하면서도 그와 반대되는 결론을 내렸다.


“인간은 과거의 원인에 영향을 받아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한 목적을 향해 움직인다.”



기시미의 아들러학에 따르면 개인은 10살을 전후로 스스로의 생활양식을 직접 선택한다. 물론 처음에는 무의식적으로 선택하게 되지만 그것을 강화시키는 건 결국 본인의 역할인 셈이다. 씁쓸하지만 고개가 끄덕여졌다. 나 역시 내가 선택했던 방법들 때문에 고통받고 있었으니까. 



융이 ‘원인’을 중심으로 심리적 문제를 연구했던 것과 달리 아들러는 ‘목적’을 중심에 두고 많은 문제들을 공부했다. 그리고 이렇게 결론지었다. 지금의 삶이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다시 선택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과거의 문제는 과거에 두고, 지금 여기에선 지금 여기를 살면 된다. 오늘 저녁 우리 집 식탁 위에 스테이크가 오를 것인지, 된장찌개를 끓일 것인지, 그도 아니면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할 것인지를 내가 선택하듯 나의 내일도 나의 결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일엔 때가 있다고 한다. 어렸을 때, 아니 불과 몇 년 전 혹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무엇이든 열심히 노력한다면 그때를 가질 수 있다고 믿었지만, 살아보니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게 맞더라고. 내가 내 문제를 알게 된 것도 지금이 적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의 내가 무언가를 해결할 순 없겠지만, 그저 나의 아픔을 알게 되고 내 가족들의 아픔을 조금 헤아릴 수 있게 된 것만으로, 나의 이때를 잘 보낸 것이라 생각하고 싶다. 다음 스텝은 또 어떤 때에 걸어도 되지 않을까.


“자신감이 있고 인생의 과제와 대결하게 된 사람은 초조해하지 않는다.”


기시미 이치로는 <미움받을 용기>의 후속서 <버텨내는 용기>를 통해 초조해하지 않는 삶에 대해 강조한다. 자신감이 없거나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은 불안하게 살게 되고, 그 불안을 핑계로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트라우마들이 여전히 나를 힘들게 한다. 아마 머리를 크게 다치지 않는 이상, 그 기억은 평생 나를 따라다닐 것이다. 하지만 덕분에 나는 내 인생의 과제를 발견하게 되었다. 내가 내 마음속의 미움을 내려놓고 조금 더 나와 내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지는 일말이다. 물론 지금 당장은 쉽지 않지만.

나를 괴롭히던 목소리는 여전히 불쑥 나타난다.


‘너무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은데, 뭘 용서하고 사랑해. 니가 예수나 부처냐? 뭐 대단한 존재라도 되는 줄 아나 봐?’


아, 이 목소리를 어떻게 데리고 살아야 할 것인가도 평생의 과업이지만, 지금은 이렇게 달랠 수밖에.


“그래서 우리 힘들었잖아. 계속 화를 내고 미워하니까. 그것도 너무 지치지 않냐? 미워한다고 달라지거나 좋아지지 않잖아. 안 되는 거 계속 붙잡고 있지 말고 그냥 쿨하게 포기해. 사랑하지는 못하더라도 더 이상 스스로를 미워하진 말자. 딱 거기까지만 부탁할게.”











Photo by Diana Simumpande on Unsplash

이전 21화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