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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초 Mar 10. 2019

봄을 꺼내보는 날

20190306 

어제는 학부모들에게 보내는 담임선생님의 편지와 3월 식단표가, 오늘은 무려 16가지의 항목이 적혀 있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대한 일괄 동의서, 학교도서관 개방에 대한 안내문, 학교 알림장 모바일 앱 사용 안내문, 학부모 독서동아리 모집 안내문, 중국어 선생님이 주신 학습평가에 대한 안내문 등 5장이 아이 편에 전달되었다. 

아이는 새 교실, 새 담임, 새 친구들, 새 교과서를 보면서 새 학기를 실감하겠지만, 엄마인 나는 아이 가방 속의 어수선한 안내문들을 보면서 아, 3월이구나, 봄이 왔구나 생각하게 된다. 

초등학교 때는 아이보다 부모가 작성해야 하는 안내문들이 더 많아서 학기 초마다 몇 장씩 붙들고 앉아 쓰곤 했는데, 자라면서 아이가 직접 쓰는 항목이 점점 늘었고, 이제는 거의 사인 정도만 하곤 한다.  

학기 초에 작성하는 것들 중 아이와 내가 가장 고민했던 것 중의 하나는 장래희망 란을 채우는 것이었다. 중3이 된 지금까지도 아직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데, 초등학생 때는 말할 것도 없었다. 

“할머니는 제가 어떤 사람이 되면 좋아요?”

“우리 ○○이? 엄마 아빠 말씀 잘 듣고 효도하면 좋~지.” 

할머니와의 통화 끝에 초등학교 2학년이던 아이는 장래희망란에 ‘효자(孝子)’라고 큼지막한 글씨로 적어갔고, 담임선생님은 이런 것은 장래희망이 아니라고, 다시 써 오라고 하셨던 일도 있었다. ^^ 

효자가 장래희망이었던 아이도 효자와는 거리가 먼 길을 걷고 있는 지금, 나 또한 좋은 엄마, 훌륭한 엄마 외에 다른 장래희망을 꺼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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