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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초 Apr 14. 2019

심심하지는 않은 날

201903017 

막장 항아리의 가장자리 쪽으로 아주 조그만 하얀 곰팡이가 서너 개 생겼다. 하얀 곰팡이는 좋은 것이라고 했는데 설마 이것이 그 골마지인가? 

강사에게 사진을 찍어 보냈더니 티스푼으로 걷어내고 그 자리에 설탕을 살살 뿌려두라고 말한다. 걷어내라고 하는 걸 보니 일단 좋은 것은 아닌 것 같고, 골마지도 아닌 것 같다. 마당에 두는 항아리에서는 잘 생기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설탕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 궁금하다. 22일 장 가르기 교육 때 가서 자세하게 물어봐야겠다. 

장항아리에서는 메주 냄새와 맨 위에 떠 있는 대추 세 알에서 풍기는 냄새만 미세하게 난다. 소금물의 색깔도 메주의 형태도 거의 변화가 없어서 앞으로 30일쯤 뒤에 장 가르기를 할 수는 있을지 염려되는 비주얼이다. 

지난겨울에 홍시 4개를 먹어치운 새가 거의 매일 우리 집 실외기 공간에 날아온다. 소리만 들을 때도 있고, 모습을 볼 때도 있는데, 문을 열고 사진을 찍으면 놀라 달아날까 봐 이중창과 방충망을 사이에 두고 사진을 찍었다. 자세히 보니 홍시가 있던 자리를 탐색하다가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똥만 싸고 날아갈 때가 많았다. 며칠 전부터 묵은쌀 한 줌을 그 자리에 올려놓았더니 쌀을 먹고 갔다. 야생의 새에게 먹이를 주는 게 잘하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홍시 주인과 도둑으로 만나던 새와는 무료급식소 주인이 되어 다시 만나고 있다.

130 ×275cm의 좁은 공간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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