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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초 Apr 14. 2019

1년을 기다려야 하는 날

20190322 

메주와 메주가 담겨있던 소금물을 따로따로 항아리에 담으면 그걸로 장 가르기가 되는 줄 알았다. ^^ 

오늘 장 가르기 교육에서 배운  것을 정리해보면, 먼저 항아리에서 건져낸 메주(손으로 으깨거나 커다란 비닐봉지에 넣어서 발로 밟아도 됨)와 미리 삶아 식혀둔 콩을 으깬다. 여기에 콩 삶은 물이랑 마른 메주가루, 소금과 엿기름 우린 물도 조금 넣는다. 재료를 더 넣는 것은 된장의 영양분을 보충해 주기 위한 것이다. 

항아리에 남아있는 소금물은 체로 걸러서 건더기 없이 맑은 소금물만 항아리에 따로 담는다. 이것으로 장 가르기는 끝! 하지만 된장이 되고 간장이 될 시간을 줘야 하므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건 가을쯤이다.  

나의 장은 3월 7일에 담았으니 삼월장(발효기간: 30~60일) 기준으로 계산하면 4월 6일~5월 6일 사이에 장 가르기를 하게 된다. 날이 따뜻해지면 발효기간이 짧아진다는데, 메주를 손으로 눌러보아 부드럽게 들어가면 장 가르기를 할 때가 되었다는 신호이다. 

작년 11월에 메주를 쑨 이래, 겨울 내내 발효를 시켰고, 3월 7일에 장을 담았고, 4월~5월 사이에 장 가르기 하여, 드디어 가을에  먹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메주를 쑨 시점부터 거의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그렇다고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니다. 잊어버리고 살다가 가을에 뚜껑을 여는 것이 아니라, 구더기가 생기는지 파리가 오는지 수시로 살펴야 한다. 날이 너무 뜨거우면 까만색의 차양막으로 항아리를 덮어주어 간장이 너무 마르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한여름에 장기간 외출할 때는 테이프로 항아리와 유리뚜껑의 경계 부분을 막아 해충의 침입을 막아야 한다. 

교육장은 주택이고 우리 집은 아파트니까 이 정도까지 안 해도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보지만, 나 또한 처음 해보는 일이라 어떤 일이 생길지는 여름이 되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또 뭔가를 얘기해 주셨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들은 것도 다 실천할 자신이 없다.^^ 

완전 장독지기가 되어야 온전한 된장, 간장을 얻을 수 있는 걸까?ㅋㅋ


3월 2일에 담은 막장의 맛을 봐 달라고 명인 선생님께 드렸더니 '내 입엔 맞다'라고 얘기를 해 주셨다. 맛있다, 맛없다고 쉽게 얘기하지 않는 모습에서 수강생에 대한 배려 같은 것이 느껴진다. 막장을 처음 먹어보고, 처음 담는 거라 막장 맛에 대한 예상치도 없었는데 자신감이 확 생긴다. 다 먹고 가을에 또 담아야지^^


*장 가르기에 필요한 재료 : 항아리에서 건져낸 메주, 삶아 식힌 콩, 마른 메주가루. 소금과 엿기름도 넣으면 좋다고 한다. 
콩 한 말 분량의 메주를 기준으로 할 때 삶은 콩 1되, 메주가루 1되가 필요합니다. 소금은 100g, 엿기름은 적당히^^


*사진 : 왼쪽이 콩 삶은 물. 두부 만들 때처럼 엉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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