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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초 Jun 05. 2019

아무래도 괜찮은 날

20190509

어버이날인 어제 나는 꽃을 받지 못했다. 16년째 어버이인데, 이런 날엔 주는 것이라고 가르쳐 주었는데도 주지 않았다. ㅜㅜ 방법을 몰라서 못 줄까 봐 염려되어서 지난 7일 나는 우리 동네 꽃 파는 곳의 시장조사를 혼자 미리 마치기도 했다.ㅎㅎ 

첫 번째는  집 앞 편의점. 카네이션보다도 가격이 비싼 꽃들을 가져다 놓아서 아이가 사기엔 좀 부담스러울 것 같았다. 여긴 아니야.

두 번째는 집 앞 이마트 에브리데이. 꽃의 개수는 많은데 전체적으로 살짝 시들어 있다. 여긴 좀 곤란해.

세 번째는 집 앞 빵집.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5천 원에서 1만 2천 원까지. 여기서 사면 되겠네.ㅎㅎ 

어제 아이가 학원가는 길에 꽃 값을 주었다. 용돈이 부족해서 못 살까 봐. 돈을 주는데도 아이는 받지 않았다. 

"평소에 잘해야지 뭘 돈을 주고 꽃을 사? 내가 저녁에 그림으로 그려 줄게." 

아이는 어제저녁, 학원 숙제만 겨우 하고 마치고 잠이 들었다.ㅜㅜ 

글이 없는 카드를 냉장고에 붙여 놓은 엄마의 마음을 보았는지 지금 이 시간까지 카드를 들여다보고 있는 아이. 

아무 말 쓰지 못해도 아이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사랑해요, 감사합니다, 쓰고 푹 자도 될 것을 뭘 그리 고민하는지ㅠㅠ 

끝내 여백으로 남는다 해도 나는 카드를 앞에 놓고 망설이던 아이의 모습을 보았으므로 다 괜찮다.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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