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박자가 있을까?

노래 일기 서른

by 솔초

2018. 3. 16 금

영변가를 배우기 시작한 5개월 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노래 반 지적 반’의 수업을 하고 있다. 주로 박자가 문제다. 영변가뿐 아니라 초한가도 박자가 늘어진다는 지적을 자주 받았다. 물론 수심가, 초한가에 비해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12월에 대회 연습한다고 소홀히 한 것도 있었고, 1월에는 수업을 두 번 밖에 못해서 다른 노래에 비해 배우는 시간도 적었다. 하지만 들리는 대로 따라 한다고 하는데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질 않는다. 이유가 뭔지 생각해 보았다.


1. 연습부족: 노래 일기 ‘전’보다 노래 일기 ‘후’는 연습량이 3.5배 정도 늘었지만, 이것은 듣는 시간만을 비교했을 때 그러하고, 부르는 시간으로 비교하면 ‘전과 후’가 별반 다르지 않다. 흥얼거리는 연습이 많았다. ‘흥얼거리는 건 적(敵)’이라는 선생님 말씀을 기억하자.


☞ 해결방안 : 이제 초기의 긴장감은 조금 내려놓았고, 노래의 상태도 조금 나아졌으니, 듣는 시간만큼 부르는 시간도 늘린다. 단, 수업할 때처럼 바른 자세를 갖추고 에너지를 제대로 써가면서 부르도록 한다.

수업 전체를 돌려 듣고 내가 틀린 부분, 신경 써서 불러야 할 부분들을 종이에 적어 본다. 그리고 세 번 이상 반복했던 부분이나 심하게 지적받은 부분들은 따로 표시를 해두어 페이퍼 한 장만 보더라도 내가 해야 할 연습의 범위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


2. 노화현상(?): 설마 그럴 리 없겠지, 생각하지만 2,30대도 아니고 40을 훌쩍 넘긴 나로서는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내가 모르게 노화는 늘 진행 중이었지만 영변가의 박자를 내 몸에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좀 더 드러났을 수도 있다.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어느 책에서 ‘노인이란… 느리게 가는 사람’이라는 문장을 본 적이 있다. 그 작가의 나이 들어가는 어머니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인용한 문장이었는데, 나는 아직 그 정도의 어머니가 되려면 멀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요즘 그 문장이 자꾸만 생각난다. 뛴다고 뛰시는데 발에 비해 팔 동작만 요란한 우리 엄마의 달리기처럼 박자와 호흡을 맞추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건 아닐까?


☞ 해결방안 : 박자를 받아들이는 데 영향을 줄 만큼 노화가 진행되었다면 지금보다 더 빨리 진행되지 않도록 건강관리를 잘하거나 연습방법과 연습량 부분을 더 강화해야 한다. 앞으로 노래를 하면서 계속 부딪힐 수 있는 문제이므로, 너무 슬프게 생각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3. 소질 혹은 유전적 문제 : 가까운 조상 중에 소리꾼이나 예인, 기녀, 고수, 무당, 엿장수, 약장수 등 장단이 몸에 심어져 있어야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던 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양가 조부모님보다 더 먼 조상은 어떤 일을 하고 사셨는지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에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추측이지만, 현재의 나를 보고 있으면 ‘그런 조상은 없다’ 쪽으로 기울어진다. 서툴지만 박자 감각이 있기는 있는(없는 것보다는 낫다) 조상 정도는 있었거나, 나에게까지 전달되기엔 너무 머나먼 조상 중에 박자가 몸에 심어진 조상이 있을 수도 있다.

그나마 생전 사교육이라곤 받아본 적 없는 우리 엄마가 유일하게 배우고 싶어 하신 것이 두어 달 하신 장구였다는 게 지금의 나에겐 큰 위안이 된다.


☞ 해결방안: 내 조상 중에 황진이는 없지만 황진이처럼 되고 싶었던 사람은 있을 수도 있다. 나 또한 그의 어떤 부분을 닮고 싶은 사람 중의 하나다. 민요를 하고 싶은 마음이 내게 있다는 것이 희망이다.

내 안에 민요의 박자를 심어서 나의 후손에게 그런 조상이 되는 걸 목표로 삼는다.


이제 연습다운 연습을 하고, 걱정 아닌 연습을 하고, 멋진 조상이 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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