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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초 Jan 13. 2019

기다려주지 않는 날

20180808 

아이의 한문 교과서를 보니 ‘子欲養而親不待也’라는 구절이 나온다. 나도 한문 교과서에서 이 말을 배우면서 자랐다. ‘자식은 부모를 봉양하고자 하나 어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노래 가사처럼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정도가 되겠다. 

우리 부모의 나이 든 자식이자 내 아이의 나이 든 부모로 살아보니, 기다려주지 않는 건 부모만이 아니었다.  


뒤늦게나마 남편이 아이와의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요즘, 아들은 부모로부터 독립을 거칠게 시작하려는 중2가 되어 있었다. 아빠가 언제 잠에서 깨는지, 침대 옆으로 가서 수시로 확인하던 아기는 아빠의 부재를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소년이 되었다. 아이 쪽에서 먼저 “○○ 하자!”라는 제안을 가~~ 끔 받기도 하는, 남편은 아직 행운아다.

남편의 노력이 10세 이전에 발휘되었더라면 평생 가져갈 더 많은 추억이 생겼을 것이다.

父欲樂而子不待也! 


키만 한 배낭을 메고 여행을 했던 내가 ‘자유여행’ 몇 번을 거쳐, 몇 년 전 편안한 ‘단체여행’의 세계에 들어섰다. 젊었을 땐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을 혼자서도 이겨낼 용기가 있었는데 점점 사람이 조심스러워진다. 

我欲勇而歲不待也! 


20대엔 예쁜 옷을 살 수 있는 경제력이 부족했지만, 지금은 예쁜 옷을 소화할 수 있는 그때의 내가 없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예쁘게 입어라. 늙으면 소용없다.”는 팔순 엄마의 말씀을 이미 공감하고 있다. 나이 먹는 일의 허전함을 느껴본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말이다.

我欲美而歲不待也!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 현재의 시간을 누리는 것이 오늘 하루를 잘 보내는 가장 멋진 방법!


한문 자습서에 실린 위의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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