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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초 Jan 13. 2019

엄마와 가까워진 날

20180823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저녁,

횡단보도 앞에서 유모차에 탄 아이를 보았다.


서너 살쯤 되어 보였고,

집에서 있다가 급하게 나온 건지

실내복에 맨발 차림이었다. 


조금 전보다 더 굵어진 빗발이

아이의 얼굴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이의 엄마는 쓰고 있던 우산을 아이의 몸 쪽으로

숙여 비를 가려주었다. 

아이는 계속 우산 밖으로 발을 뻗었고,

엄마의 허리는 거의 90도 가까이까지 숙여졌다. 


“발등 위로 비 떨어지는 게 그렇게 재밌어? ^^”

처음에는 엄마의 허리 위로 떨어지던 비가 

아이가 자꾸 발을 바깥으로 밀어내자

엄마의 등 위로, 머리 위로 더 넓게 떨어졌다. 


허리를 굽힌 채 반쯤은 비를 맞으면서

유모차를 밀고 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어쩌면 비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 같다.

우산이 숙여질수록 점점 더엄마와 가까워지는 게 좋아서 

자꾸만 발을 내밀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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