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23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저녁,
횡단보도 앞에서 유모차에 탄 아이를 보았다.
서너 살쯤 되어 보였고,
집에서 있다가 급하게 나온 건지
실내복에 맨발 차림이었다.
조금 전보다 더 굵어진 빗발이
아이의 얼굴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이의 엄마는 쓰고 있던 우산을 아이의 몸 쪽으로
숙여 비를 가려주었다.
아이는 계속 우산 밖으로 발을 뻗었고,
엄마의 허리는 거의 90도 가까이까지 숙여졌다.
“발등 위로 비 떨어지는 게 그렇게 재밌어? ^^”
처음에는 엄마의 허리 위로 떨어지던 비가
아이가 자꾸 발을 바깥으로 밀어내자
엄마의 등 위로, 머리 위로 더 넓게 떨어졌다.
허리를 굽힌 채 반쯤은 비를 맞으면서
유모차를 밀고 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어쩌면 비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 같다.
우산이 숙여질수록 점점 더엄마와 가까워지는 게 좋아서
자꾸만 발을 내밀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