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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초 Jan 13. 2019

'작별'이 알게 해 준 날

20190107  

소설가 한강의 단편 ‘작별’을 보더니,

“나는 사는 데 큰 미련은 없지만, 총 맞아 죽거나 고통스럽게 죽기는 싫거든? 녹아서 사라지는 것은 괜찮을 것 같아.”

아이는 스토리나 주인공의 상황보다는 눈사람으로 변해버리는 설정에 관심을 보인다. 


“만약 네가 주인공처럼 몇 시간 만에 녹아버린다면 그 시간 동안 뭘 할 것 같아?”

한참을 생각하더니,

“버킷리스트를 실행할 시간은 없으니 친구들한테 작별 인사해야지.”

“엄마한테는...?”

“CU!"

"CU???? 어차피 곧 엄마도 죽을 거니까^^?” 


뜻밖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학교생활하면서 죽고 싶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어.”

“왜 얘기 안 했어?”

조금 놀라는 나를 보고 더 놀란 아이는, 

“뭐, 강하게 느낀 건 아니고, 죽으면 편해지려나? 그런 생각은 했지.” 


아이는 실제로 삶을 포기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공부를 둘러싼 모든 활동을 중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자 도피처로 죽음을 떠올리게 된 것 같다.

휴학, 유학, 검정고시, 대안학교, 아니면 학업중단, 그리고 다른 방법도 있음을 알고 있지만, 그런 것들이 자신에게는 대안이 되어 주지 못한다고 생각한 걸까? 잠시 생각만으로라도 죽음을 떠올리면서 공부로부터 벗어나는 상상을 해보았던 걸까?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나 그렇지 않은 아이나, 잘하고 싶지 않은 아이는 없고, 중압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아이는 없는 것  같다. 


한강의 작품 ‘작별’과는 다른 이야기였지만, 아이의 지나간 속마음을 알 수 있었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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