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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초 Jan 23. 2019

자신의 몸속을 들여다보는 날

20190123

아이가 아쉬탕가 요가와 필라테스 수업을 시작한 지 3주가 되었다.


첫날은 수업 내내 이게 뭐냐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두 번째, 세 번째 수업을 지나면서 점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복근이 생긴 것 같지 않냐’며 앙상한 배를 보여주기도 하고, “아들~~ 뭐 하고 있어? 후~ 후~”하면서 강사의 성대모사를 하기도 한다.

밴드, 서클, 덤벨, 미니 볼 등 매 수업 때마다 소도구가 바뀌는데 미니볼이 재밌다면서 또 언제 하느냐고 묻기도 하고, 학원, 과외에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안 간다, 하기 싫다 하는 일 없이 기분 좋게 수련을 계속하고 있다.


엄마인 나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 두려워서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는 아이는 아니다. 이 수업의 어떤 부분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었는데, 아이 스스로가 그것을 알아채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같다.


나의 경우 몸과 마음이 개운해진다는 느낌 그 이상의 해방감을 느낀다. 몸이 부들부들 떨릴 때까지 플랭크 자세로 버틸 때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웅크리고 있던 어깨를 내려놓고 목을 길게 늘이다 보면 숨겨져 있던 키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 코어에 힘을 주는 느낌을 찾아가면서 다른 부분에 불필요하게 들어가는 힘이 조금씩 빠지는 것도 경험하고 있다. 갈비뼈가 옆으로 벌어졌다가 모아지는 느낌, 배가 풍선처럼 부풀었다가 쪼그라드는 느낌, 머리와 발처럼 가까워지기 힘든 두 부분이 조금씩 가까워지거나 반대로 목과 가슴처럼 가까이에 있는 두 부분이 조금씩 멀어지는 느낌들도 특별하다. 


의사의 도움 없이는 들여다볼 수 없는 나의 몸속을 상상하고, 느끼고, 움직일 수가 있다. 아이가 나만큼 느끼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방학 때만이라도 꾸준히 해서 자신의 몸에 대해 알아가기를, 친해지기를, 그래서 더 사랑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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