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공무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
교육청에서 "교육재정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듣기좋은 말을 듣고 싶고, 보고싶은 것만 보는 성향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사실 강의경험이 많고 훨씬 어려운 자리에서 수백명앞에서도 전혀 떨지 않고 강의하는데도 불구하고,교육청 강의는 상당히 부담되고 긴장됬습니다.
하지만 역시 점잖은 교육공무원들이셔서 그런지, 대놓고 모라 그러지는 않았고 상당한 공감도 해주셨습니다.
여기서는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을 간단히 해보겠습니다.
우선 그자리에서도 그랬고 지금와서도 해당 질문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공감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교육부담보다는 주거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월급이란 것을 받은지 18년이 넘었고 맞벌이인데도 서울에 자가가 없이 전세로 살고있어요ㅠㅠ)
몇년전에 부동산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갈때 집없는 저로서는 너무나 불안했습니다. 지금도 부동산폭락이 있기를 신앙처럼 바라고 있습니다
금액으로 해도 주거와 교육은 차이가 크죠..
주거는 몇억 아니 10억대가 되기도 하지만 교육비는 단위가 그정도는 안되니까요
그래서 4차 저출산기본계획에서는 예산도 주거비중이 높은 것이겠지요
(물론 해당 예산이 직접적인 저출산예산인지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하지만 만약 이러한 의견이(물론 질문을 하신분이 그런 의도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저출산의 원인이 주로 주거에 있으니 교육은 책임이 없다 또는 교육 영역에서는 저출산 극복을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라면, 여기에 대해서는 저는 완전히 반대합니다.
저출산은 종합적인 문제입니다
어느 쪽이 더 책임이 있는냐를 논하기보다는 모든 영역에서 종합적인 대책을 추진해야 되는 것입니다
교육이든 주거든 모두 우리나라 저출산을 야기한 원인입니다
따라서 주거, 교육뿐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저출산 극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입니다.
한편 주거보다는 교육이 저출산의 원인이라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만(사실 교육청 강의시 해당 자료를 소개할까 고민했습니다만, Fact와 공식통계 위주로만 자료를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특정한 연구결과는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해당 연구를 자세히 안봐서 잘 모릅니다만, 연구는 모형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올수 있기때문에 공식적으로 인용하기에는 조심스럽습니다. 또한 공교롭게도 국토연구원에서 나온 자료네요^^;)
해당 연구결과에 따르면 저출산 결정요인 중 독립적인 기여도는 사교육비가 주택가격의 2배에서 3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제가 여기서 사견을 하나 덧붙이고 싶습니다
저출산의 원인을 간소화해서 보육, 교육, 노동, 주거로 보면
보육과 교육은 공적인 책임이 우선하는 분야이고, 노동과 주거는 사적자치가 우선하는 영역입니다
즉, 일자리와 주택은 1차적으로 시장에서 공급이 이루어지고 국가는 보완적인(시장실패를 교정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하에서는 주거와 교육만 비교합니다만, 성격은 교육과 보육이 비슷하고 주거와 노동이 비슷합니다)
주거는 기본적으로 개인이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결정된 가격에 따라 구매하는 것입니다.
국가도 주택공급을 늘리거나 주택가격을 안정화시키려고 여러 규제를 하고 예산을 투입하지만 시장이 어떻게 국가맘대로 움직이던가요? 그렇게 많은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을 못잡는것을 여러번 봐오지 않았나요..
반면, 교육 중 초중등교육은 우리나라에서는 1차적으로 국가 책임입니다
물론 사교육의 영역이 있습니다만(사교육이 무조건 나쁜것은 아니죠.. 부모와 아이의 헌법상 기본권으로서 인정됩니다. 과외금지 법률에 대해서 위헌판결 참조), 중등교육까지는 의무교육입니다(법률상은 중학교까지이나 사실상 고등학교도 포함됩니다. 고교무상교육 등 추진).
이러한 공교육 시스템을 위해 거의 100조에 가까운 예산을 매년 투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사교육이 공교육을 뛰어넘고 있고, 공교육이 형해화되고 있고, 결과적으로 교권추락까지 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교권추락은 일부 몰지각한 학부모와 학생만의 문제라고 보기에는 뿌리가 깊다고 생각하고, 그 근저에는 공교육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국가의 역할과 시장의 역할을 고려해봤을때
교육이 주거나 고용에 비해서 국가(지방교육자치에 따라 교육청도 포함입니다)의 책임이 더 큰 영역입니다
Public 영역의 책임이 큼과 동시에, 정책수단도 더 많이 강구할 수 있습니다
시장의 무서움을 모르고 간섭해서 맨날 실패하는 부동산 대책과 달리
교육의 영역은 공적인 영역에서 책임을 가지고 저출산 문제 해결에 매달려야 하는 것입니다
이정도로 질문에 대한 답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결코 책임을 회피하거나 도망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PS) 사실 공무원 강의할때 질문이 잘안나오는데, 본인의 생각을 잘 얘기해주신 해당 공무원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도 덕분에 교육과 주거에 있어서 국가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글을 보시진 못하겠지만 이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