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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SU Sep 30. 2020

 <여성 서사 단편소설> 세 작품 소개

여성들의 일상 속 이야기

안녕하세요. 에디터 SU입니다.


오늘은 제가 요즘 한창 빠져있는 여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그린 소설을 준비해보았습니다.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단편으로 준비해봤는데요, 82년생 김지영과 같은 매우 유명하고 한 번쯤은 읽어본 책이 아닌 다른 여성 서사를 추천드리려고 합니다.           


1. 최은영의 ‘몫’                   

최은영 작가는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여 '쇼코의 미소'로 데뷔를 하였고 해당 작품으로 작가세계 신인상 중편소설로 당선이 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최은영 작가의 힘 있는 문체와 다루는 내용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최은영 작가의 ‘몫’을 유명한 말을 인용해 소개하고 싶습니다.     


“레미제라블에서 민중의 노래가 흘러나올 때,
비참한 민중의 표상이었던 팡틴은 그 승리의 자리에 없다.”     


‘몫’에서는 여성주의 담론이 어떻게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지, 주변적 서사가 되어가는 맥락을 보여줍니다.  1990년대 대학을 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딱 감이 오시나요? 맞습니다. 해당 소설은 민주화 운동에서 어떻게 여성 소외가 일어났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성문제는 역사적 맥락에서 그 자체만으로 주요한 논제로 발화되지 못하고 사회구조의 문제 일부로서 논의되었습니다. 실제로 1990년대에 일어난 A대의 여대 축제 습격 사건(여기서 A대학은 고려대학교이고, 여대는 이화여자 대학교였습니다.)을 대학 신문에서 어떻게 다루었냐를 중심으로 여성 문제가 공적 지평 위에 놓일 때 탈정치화되는 맥락을 보여줍니다.     


‘몫’에는 세 명의 여성이 등장하는데요, 여성주의자인 정윤, 그리고 살아있는 글을 쓰는 희영, 그리고 어쩌면 소극적인 해진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미군의 기지촌 여성 살해 사건을 어떻게 글로써 다루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갈등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각자 자리에서 자신의 몫을 하게 되죠.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미투 운동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미투 운동은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등장했지만 외면당해오던 여성 성폭력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린 운동인데요, 그 내막을 자세하게 살펴보면 기지촌 여성 살해 사건과 교묘하게 닮아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이 두 운동의 담론 형성 기재는 기존 여성 캐릭터의 소비 맥락에 소속되지 않고 남성 중심 사회 속 담론과 닮아있습니다. 즉 오롯이 여성의 문제인 미투 운동이 권력 구조 안으로 들어가 권력 구조형 성폭력 근절 운동으로 보편화되면서 여성 문제는 가장자리로 내몰리게 되었습니다.     


미군의 기지촌 여성 살해 사건 속 피해자는 민족의 치부 혹은 요부로 취급되던 최하위 계층 여성이 ‘민족의 누이’로 성녀화 되어 민족의 대의로써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2차 가해를 당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여성 문제가 소비 가능한 보편적 맥락 안에 잠식되어 우회적으로, 혹은 대의라는 명목 아래 소비된 것입니다.     


최은영의 ‘몫’은 짧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고민과 의문을 남겨둡니다. 그리고 다시 나 자신에게 질문하도록 유도하죠. 여러분은 여러분의 몫을 어떻게 해내고 있나요? 여성 서사는 어떻게 소비되어야 할까요? 계층 위치에서의 여성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책을 읽고 여러분들 자신만의 질문지를 남기기 위해 이만 질문을 마치고, 두 번째 책 소개로 넘어갈까 합니다.          


2. 권여선의 ‘하늘 높이 아름답게’                   

권여선 작가는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여 ‘푸르른 틈새’라는 장편소설로 등단과 함께 제2회 상상 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이외에도 다양한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권여선의 ‘하늘 높이 아름답게’는 기존의 여성주의 소설과 조금 결이 다릅니다. 여성 혐오와 남성주의 문화에 대한 고찰보다는 여성 내의 계층화, 그리고 인간의 존재론적인 가치, 고결성 등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기존에 다루던 주제를 넘어 더 구체적인 여성 내부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하늘 높이 아름답게’는 여성 서사의 지평을 넓혔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그럼 내용을 들어가 봅시다.     


책의 제목을 보고 어떤 느낌이 드셨나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문구 아닌가요? 저는 동요 ‘태극기’의 한 소절이 떠오르면서 펄럭이는 태극기의 모습이 그려지는데요. 제목과 알맞게 책은 태극기를 팔러 다니는 마리아를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내용을 전개합니다. 글은 주인공 마리아의 죽음에 대해 회고하며 시작합니다. 그리고 가족, 사회로부터 차별받고 소외된 마리아의 모습을 통해 독일에서의 외부인의 위치와 여성이라는 소외의 위치에 대해 그려냅니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를 지워버린 사회에서 희생과 헌신을 통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드러내고자 합니다.          

저는 팔리지도 않는 태극기를 펄럭이며 돌아다녔던 마리아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의 자유에 대한 갈증이 느껴졌습니다. 바람의 흐름에 따라 펄럭이는 태극기.. 그리고 그 속에서 찾은 그녀의 핏줄.(더 정확한 의미는 책을 참고해 주세요!) 마리아가 태극기에 집착하는 모습은 조국에서 자신의 자녀와 함께 안락하고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욕망의 형태로도 보입니다.     


이 책은 소외와 외부인에 대해 고찰하고, 다양한 여성 서사를 읽어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고귀성’과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추천드려요!                      

        

3. 조남주의 ‘현남 오빠에게’              

‘82년생 김지영’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후, 조남주 작가가 이어서 낸 소설입니다. 조남주 작가는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장편소설 ‘귀를 기울이면’으로 문학동네 소설상을, 장편소설 ‘고마네치를 위하여’로 황산벌 청년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벌써 조남주 작가의 ‘현남 오빠에게’가 기대되지 않나요?     


‘현남 오빠에게’에는 단편인 ‘현남 오빠에게’뿐만 아니라 앞서 소개해드린 최은영 작가의 소설 ‘당신의 평화’도 실려있습니다. 정말 다양한 여성 서사를 담았다는 점에서, 그리고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인 최은영 작가님의 작품 역시 담겼다는 점에서 책을 직접 구매해서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최은영 작가님의 ‘당신의 평화’는 여성 사이에서 일어나는 여성 혐오를 그렸다는 점에서 매우 색다르니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현남 오빠에게’를 뽑은 이유는 말 그대로 정말 재미있어서 뽑았습니다. 단편의 묘미는 역시 술술 읽히는 그 속도감이겠죠? 조남주의 문체는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짚습니다. 주인공이 의존적인 관계에서 벗어나서 현남 오빠에게 그라데이션 분노를 일으키는 문장은 정말 웃음이 나고 사이다를 한 사발 마신 기분이 들었어요. 그렇다고 내용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여성과 남성의 교제 관계에 있어 일어나는 언어적 폭력(그루밍), 맨스 플레인 등을 담고 있어서 책의 내용이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이 책은 특히 지하철에서 시간이 날 때, 잠이 안 올 때 쉽게, 쉽게 읽기를 추천드려요!               


제가 읽었던 것들을 고르고 골라서 몇 작품을 소개해드렸는데요! 취향에 맞으실지 모르겠습니다. 여성 서사를 읽으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떤 방향으로 여성 서사가 나아가야 하는지, 그리고 여성을 어떻게 그려내야 하는지. 아직도 많이 논의되고 있는 과도기 같기도 합니다. 남성의 시선에서 요부 혹은 성녀의 이분법적 캐릭터에서 벗어난 입체적 여성상만이 정답일까요? 저는 다양한 여성을 그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평범하고 혹은 매우 이상한 여성을 그리는 것은 역사적으로 강요된 여성에 대한 엄격한 자기 검열에서 벗어나는 출구를 마련해 줄 것입니다. 소비되지 않았던 여성 서사에 귀 기울여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요? 이상 에디터 SU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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