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SU의 쉐어컬쳐
안녕하세요. 에디터 SU입니다.
※ 스포일러 있습니다.
여기에 한 사람이 있습니다. 외모가 남들과 조금 틀립니다. 사람들이 슬쩍 슬쩍 쳐다봅니다. 그녀는 그런 행동이 익숙한 듯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섭니다. 출입국 세관에서 일하고 있는 '티나'(에바 멜란데르 님)는 남들과는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고 그 능력을 활용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행복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요양원에 있는 아버지를 가끔 찾아뵙는 정도이고, 지금 함께 살고 있는 남자는 '티나'와 공유하는 세계가 없습니다. 그와 성관계도 하지 않고, 취미도 틀리며 식성 또한 닮은 구석이 없습니다. '티나'는 산책을 좋아하고 동물을 사랑하며 맨발로 숲을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티나'는 만족합니다. 누군가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혼자는 외로우니까요.
다소 무표정하고 자신을 숨기며 살아가고 있는 '티나'는 자신과 닮은 사람을 보자 당황과 함께 다소 흥분된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 '티나'에게 그녀와 닮은 '보레'(에로 밀로노프 님)가 나타나면서 '티나'에게도 처음으로 두근거림과 떨림을 가지게 됩니다. 이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은 한 명뿐이라고 믿고 있는 그녀에게 그녀와 닮은 사람을 찾았다는 것이 혼란과 환희가 교차합니다. 그녀가 그녀와 닮은 사람을 찾았을 때와 찾기 이전의 삶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 이전의 삶은 죽은 삶이었습니다. 나를 사랑해주고 아껴주고 이해해주고 닮은 사람이 없는 삶은 죽은 삶이었던 것입니다.
영화 <경계선>은 외로움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나와 다른 사람들과 융합하기 위한 방법론을 말하고 있고, 그 방법론은 온전히 나라는 존재를 숨기고 세상 속에 적응하기 위한 생존 수칙을 말합니다.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생각과 의지는 세상에서 소위 잘 살아가기 위해서 감추라고 말합니다. 나와 유사한 사람, 나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을 찾아가는 과정은 결국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은 아닐까요?
외로움을 극복하는 것이 꼭 사랑은 아닐 거예요. 또 나와 닮은 사람을 찾았다고 그게 꼭 사랑을 의미하지도 않을 겁니다. 적어도 우리는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는 건 맞는 것 같습니다.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기 싫다기 보다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사는 게 어쩔 수 없는 보편적 삶이라면 그래도 한 명쯤은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 선을 넘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겁니다. 영화 <경계선>은 그 욕망의 경계를 말하고 있습니다.
'티나'가 그를 만난 뒤 처음으로 성관계를 합니다. 키스도 하고 '티나'가 그렇게 좋아하는 산책도 '보레'와 함께 합니다. '보레'도 이렇게 좋은 곳은 처음 봤다며 '티나' 혼자서 즐기던 산책에 동질감을 느낍니다. 세상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것, '티나'의 삶은 이제 살아있는 삶입니다. 이 세상에 나는 혼자이며 나 같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은 지독한 외로움이며 정체성을 상실하는 즉, 죽은 삶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나와 닮은 사람이 있고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으며 무엇보다 나를 사랑해주는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살아있는 삶입니다.
'티나'는 이 세상에 나와 닮은 사람, 오직 한 사람인 '보레'를 떠나보내야 합니다.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나와 닮은 사람을 잃게 되는 것이 무엇보다 처절한 슬픔으로 다가옵니다. 영화는 비극적인 이별로 우리를 안내하지만, 그들을 닮은 2세가 태어나면서 삶의 지속성, 사랑의 의미를 다시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누구를 만나 같이 살기도 하고 함께 생활하며 우리를 닮은 2세를 통해 경계를 허무는 연계성을 기약합니다. 사랑이 때로는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기도 하고 아픈 상처를 남기기도 하지만 그 또한 극복해야 하며 그 과정은 우리 모두가 겪을 수밖에 없는 삶의 일부분입니다.
죽어 있는 삶, 살아 있는 삶의 경계와 온전히 나란 사람과 다른 사람 간의 경계를 허무는 것은 결국 사랑이라고. 사랑만이 Border를 극복하는 방법이며, 때로는 사랑 때문에 힘들고 어렵고 상처를 받을지라도 결국 사랑만이 우리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는 과정이라고 영화 <경계선>은 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사랑하고 계시나요? 아니면 나와 닮은 사람이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계시나요? 올겨울 다소 낯선 '오드 판타지 로맨스'라는 독특한 장르를 가진 영화 <경계선>을 보면서, 내가 기다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를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올겨울에 새로운 만남과 인연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에디터 SU는 다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