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송당 Jan 11. 2024

치앙마이에서 커피 내리기

#치앙마이 일년살기

커피를 내려 마시는데 '내가 내렸지만 정말 맛있군'이라고 생각하며 커피를 음미했다.


안타까울 정도로 사진이 구리지만 맛은 훌륭했...다


에어로프레스로 원두 20g+뜨거운 물 80g을 넣어 에스프레소 비스무리한 것을 추출한 후에 뜨거운 물을 300ml 정도 부어서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마셨는데 산미도 적당하고 훌륭하다.


아, 에어로프레스 커피 레시피는 너무 많고 은근히 복잡해서...원두 20g에 물 80g을 기본으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내키는 대로 물이나 얼음을 첨가해서 아무거나 만들어 마시는 편이다.


나는 현재 태국 북부의 치앙마이라는 도시에 5개월째 머물고 있고 태국 북부는 커피 산지이며 아주 훌륭한 양질의 커피가 생산된다.


그러한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인 치앙마이는 커피 문화가 매우 발달한 곳.


단순히 관광객이 많아서 관광객 대상으로의 커피 산업만이 발달한 것이 아니라 치앙마이 사람들 자체도 커피를 좋아하고 많이 마신다. 정확한 통계인지는 모르겠으나 검색한 바에 따르면 치앙마이에서 온라인상에 카페라고 전화번호와 이메일을 등록해 둔 업체가 507곳이라고 한다. 온라인상에 등록하지 않은 업체도 있을 수 있으니 실제 영업하는 카페의 숫자는 더 많지 않을까?


치앙마이 카페에서 마실 수 있는 커피는 내가 본 것에 의하면 가장 저렴하게는 아메리카노 한 잔에 30바트(1200원)부터 시작해서 비싸게는 150바트 (6천원)선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다. 한 잔에 100바트 이상의 커피는 나도 안 찾는 편이라 평균적으로는 60~70바트선의 커피를 마시며 단골 카페의 커피는 한 잔에 45바트면 충분하기도 하다.


그래서 매일매일 카페를 찾아가는 재미가 있지 않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또 그렇지만은 않다. 치앙마이에서의 삶이 여행이 아니라 일상이 되어버리니 매일 카페를 가는 것도 귀찮고 괜찮다고 생각하는 카페는 항상 사람이 북적거린다.


조용히 생각에 잠기며 커피를 즐기고 싶은데 커피만 홀짝 마시고 바로 나와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요즘은 거의 대부분 집에서 커피를 내려서 마신다.


치앙마이는 아니고 근교 람빵이라는 곳의 유명 카페인데 보기는 좋아도 모기밥이 되어버린데다가 너무 북적여서 금방 뛰쳐나왔다


치앙마이는 원두를 살 곳이 매우 다양하다. 대형 마트에서 사건, 카페에서 사건 치앙마이산 커피 원두는 어지간해서는 품질이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해서 로스팅 정도, 로스팅 날짜만 보고 구매한다. 로스팅 정도의 경우 라이트/미디엄/다크 로스팅으로 나뉘는데 라이트가 산미가 가장 세고 다크는 산미가 거의 없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다크 로스팅은 너무 불호라서 라이트나 미디엄 로스팅의 원두를 선택하는 편이다.


지금까지 가장 맛있게 내려 마신 커피는 '도이인타논'이라는 국립공원을 투어상품으로 방문하면 들르게 되는 커피 로스팅 가게에서 판매하는 원두였다.


pati non


이 동네는 '매 클렁 루랑 Mae Klang Luang'이라고 부르는 동네로 카렌족이라는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마을이다. 계단식 논 뷰를 감상할 수 있는 작고 아름다운 마을로 도이인타논 투어를 온 관광객들 때문에 북적거리는 곳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도이인타논 트레킹 보다 이 마을에 들르는 것이 더 기억에 남을 정도로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이다. 투어 상품 때문에 이 커피 가게에 들러서 커피를 시음했는데 너무 맛있어서 눈이 번쩍 뜨이는 거라. 작년에 갔고 올해도 또 가서 커피를 사 왔는데 역시나 훌륭했다.


(*200g인가 250g에 200바트 선으로 가격도 적당 -> 한국에서도 비슷한 가격으로 원두를 살 수 있기에 엄청 저렴한 편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치앙마이 시내의 유명 로스터리에 가면 비슷한 용량에 350바트 이상을 받는 곳도 있어서 여기는 저렴한 편)


요러한 뷰를 즐길 수 있는 곳
투어로 방문하는 커피 가게이지만 다양한 로스팅의 원두와 티를 시음해볼 수 있어서 투어 상품 치고는 나쁘지 않다
매클렁루랑 마을 전경


커피뿐만 아니라 '카스카라 cascara'라고 커피 원두 껍질로 만든 티tea도 있는데 이게 또 커피만큼 훌륭하다. 소량의 카페인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는데 매우 연하디 연한 커피 같지만 커피에서는 맛볼 수 없는 상큼한 산미를 느낄 수 있어 너무 내 취향이라 거의 매일 아침 마시는 중이다. 카스카라티는 이곳을 제외하고는 치앙마이 시내에서 파는 곳을 보지 못했다. (아마도, 도이창이라는 브랜드의 카페에 가면 팔 수도 있다. 치앙라이의 도이창 매장에서 카스카라티를 구매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곳은 치앙마이 시내에서 엄청나게 멀리 떨어진 곳이라 방문하기 쉽지는 않다. 최근에는 치앙마이 공항 부근의 '센트럴 페스티벌'이라고 하는 대형 쇼핑몰 지하의 가게에서 커피 원두를 구매한다. 푸드코트 옆에 붙어 있는 곳으로 각종 기념품과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야채도 파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곳이다. 'Chiang Mai Coffee Beans'라고 하는 브랜드의 제품도 좋고 대형 커피용품 회사인 'Hillkoff'의 원두도 나쁘지 않다. Chiang Mai Coffee Beans의 제품은 200g에 190바트로 라이트 로스팅 원두를 구매해서 마셔봤는데 훌륭했다. Hillkoff의 제품은 250g에 200바트로 미디엄 로스팅에 드라이 프로세스라는 과정을 거쳤다는 제품을 구매해 봤는데 역시나 가격대비 괜찮다.


요런 가게 한켠에 커피 원두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치앙마이에서 원두를 구매할 때는 되도록 현지에서 생산된 원두에 로스팅 날짜가 너무 오래되지 않은 제품으로 고른다. 해외 수입 원두는 한국에서도 많이 맛볼 수 있으니 태국에 있을 때는 태국 생산 커피를 마신다. 로스팅 날짜의 경우 밀봉하면 1년간은 마실 수 있다고 하지만 밀봉을 뭐 얼마나 엄청나게 확실하게 하겠는가. 되도록 한 달 이내에 로스팅/포장된 제품을 고르는 편.


*태국 원두의 날짜 표기는 날짜/월/연도순으로 표기되어 있으며 때로는 연도가 태국에서만 사용하는 '불기'로 표기된 것이 있기도 하다. 불기의 경우 2024년은 2567년이다.


아침부터 밖에 안 나가고 집에서 글쓰고, 커피 내려마시고 하다 보니 벌써 시간은 오후 5시를 향해간다. 숙소에서 창 밖으로 푸릇푸릇한 나무가 보이는데 하루종일 이 풍경만 보고 있어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가끔 이런 하루를 보내면 '치앙마이까지 왔는데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이제는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있는다.


이렇게 혼자 고요하게 보내는 시간을 불편하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을 보니 나도 꽤 많이 좋아졌구나, 이런 생각이다.


슬슬 자리를 털고 일어나 무에타이 수업을 들으러 갈 참이다.


하루가 온전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끔 찬란하고 자주 우울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