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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당 Jan 16. 2024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하기

#치앙마이 일년살기

언제부터인가 제시간에 기상하지 못하고 있다.


친구가 치앙마이에 다녀간 2주간은 알람 없이도 아침 7시 반에 일어났는데 친구가 돌아간 이후 수면과 기상 시스템이 완전히 고장 나 버렸다.


처음에는 새벽 2~3시까지 잠들지 못했는데 한 달 즈음이 지난 지금은 새벽 1시 정도에는 잠들지만 오전 9시나 10시에 일어난다. 그나마 어학원 수업이 있는 날은 스케줄이 있으니 7시 반 기상을 하지만 하루 종일 힘들다.


오늘은 비장한 각오로 오전에 알람을 맞췄지만 듣자마자 꺼버리고 잠들어서 또 9시가 넘어서 일어났다. 으... 이러면 안 되는데... 오토바이를 몰고 단골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사서 치앙마이 대학교의 앙깨우 저수지에 가서 햇빛을 듬뿍 받고 돌아와 점심을 먹은 참이다.


단골 카페 앞, 나의 오토바이 씨댕(태국어로 빨강이라는 뜻)이가 예뻐서 한 컷
치앙마이 생활의 안식처 같은 '앙깨우 저수지'


저수지를 바라보며 멍을 때리고, 집에 들어와서 점심을 먹고, 이 글을 쓰려고 앉아서 초고를 쓸 때까지만 해도 나는 또 '내가 왜 불안한가'에 대해 집중했다. 


가족으로 인해 불안하고, 언젠가 다시 엄마에게 끌려서 집으로 불려 들어갈 것에 대해 불안하고. 그리고 그것은 불안을 넘어선 공포고. 


그러다 잠시 책을 꺼내 읽었는데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라는 글을 보고 순간 속이 편안해졌다. 


원래 나는 불안감 때문에 항상 은은하게 속이 불편한 사람인데 이 문구를 보고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눈물이 났다. 


부모님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닌데 나는 왜 이리도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집착해서 내 삶을 고통으로 밀어 넣는 걸까? 부모님을 통제하고 싶은 걸까? 그렇다면 그건 나의 헛된 욕심 아닐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만 신경 쓰자. 부모님은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나는 엄마의 불안을 해결하고 엄마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다. 엄마보다는 내가 더 우선이다. 


이 아름다운 날씨의 치앙마이에서 불안함만 생각하는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무엇이 한심하단 말인가? 그 어렵다는 금주도 해내는 중인데 내가 왜 한심한 거지? 


치앙마이에 있는 동안 계속 금주에 성공한다면 그것만 해도 충분한 업적이다. 나는 가장 통제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것을 통제해 냈다. 


잘했네, 잘했고 나 정말 잘하고 있네. 


나의 오늘을 구해준 문장은 '데일리 필로소피'라는 책에서 읽었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스토아 학파'라는 철학의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해서 책으로 엮었다는데 피식 웃음이 났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고민이 지금에도 소용이 있단 말이지? 그렇다면 나의 고민도 이미 여러 철학자들에 의해 해결을 위한 답이 나와있다는 것이고 나는 답안지를 보고 나한테 적용시키면 되지 않을까? 


인간은 모르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했는데 내 고민의 답이 이미 많은 철학자들에 의해 연구된 것이라면 더이상 모르는 것,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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