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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당 May 23. 2024

커피 복수전

#치앙마이 일년살기

어제 마신 맛없는 커피를 마음에 두고 있다가 오늘 기어이 어제의 복수전을 펼쳤다. (!!)


술도 안 마시고, 그렇다고 엄청 과식을 하지도 않는 나는 저녁을 굶을 때가 많아서 아침이 되면 배가 고프고 입맛이 싸악 돈다. (저녁을 굶는 이유는 체중조절 및 숙면을 위해서다)


요즘은 밤에 다음날 아침을 어디서 먹을지 미리 생각해 두고는 아침에 그대로 실행 중이다.


어제의 커피에 대한 복수전을 위해, 아침은 집 근처 카오만까이(닭고기덮밥), 후식은 커피 및 까눌레(가려는 카페 옆집이 베이커리고 이곳의 시그니쳐 메뉴가 까눌레다)라고 정해두고 잠이 들었다.


아침이 되어 계획을 그대로 실행하는데 내가 무슨 먹방 유투버라도 된 것마냥 재미있었다.


계획대로 카페로 들어서 따뜻한 라떼 한 잔을 주문하고 한 모금 맛보았는데,


"그래 이 맛이지"


소리가 절로 났다. 어제의 커피 전투의 쓰라린 패배를 잊게 해주는 맛이었다.


미디엄 로스팅된 원두로 내린 라떼, 50바트(2천원 정도)


옆집에서 사 온 까눌레도 하나 꺼내서 게 눈 감추듯 헤치우고는 결국 커피 한 잔을 더 주문해 버렸다. 어제 맛없는 커피를 두 잔 마셨으니 오늘 맛있는 커피를 두 잔 마시겠다는 한국인의 근성이었을까.


두번째는 라이트 로스팅 원두로 내린 아메리카노, 40바트(1600원)


두 번째 커피를 받아 들고서야 천천히 카페에서의 시간을 즐겼다.


글도 좀 쓰다가 태국어로 쓰인 메뉴판을 보고 태국어 글씨 연습도 했다. 대부분 영어인 카페 메뉴가 어떻게 태국어로 표현되는지 알고 나니 꽤나 재밌더라. 예를 들어 가장 많이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이렇게 쓴다.


อเมริกาโน่

아메리까노


영어를 소리 나는 그대로 쓰는 것이다. 이러한 표기법이 태국인의 영어발음에 영향을 주는 건가 싶기도 하다.


에스프레소...는 더 발음이 특이하다.


เอสเปรสโช

에쓰쁘레쏘오


사실 에스프레소에서 เป가 '뻬'라고 발음이 되어야 하는데 왜 '쁘'라고 발음되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เ가 '에'발음의 모음인데...


오늘 가장 귀여웠던 단어 1등은 단연 '코코아'였다.


โกโก้

꼬꼬오


cocoa를 꼬꼬오라고 하다니 이 세상 귀여움이 아니지 않나?


그렇게 한참을 메뉴판 공부를 하는데 어떤 젊은 여성이 카페로 들어와 커피를 주문했다.


커피를 마시던 여성이 남자 사장에게 "너 심리검사 해본 적 있어?"라며 말을 거는 게 아닌가.(약간 플러팅 같았다) 뭔지는 모르겠는데 MBTI 같은 검사였나보다. 그걸 어떤 웹사이트에서 하는지 링크를 보내주겠다며 두 사람이 SNS 계정을 주고받는 것 같던데...


그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여자 사장님의 표정이 살짝 차가워지는 걸 실시간으로 느꼈다. 공기가 차가워지더만...(사장님네는 결혼 여부까진 모르겠으나 커플이라고 알고 있다 ^^)


태국 여성 분들의 질투가 장난이 아니라고 들었는데 남자 사장님 집에 가서 등짝 맞는 건 아닐까.


그냥 이런 저런 걸 하고 사람들을 지켜보며 평화롭다고 생각했다.


회사에서 성과평가 받던 때가 떠올라 순간 울컥...


전날의 커피의 복수전을 치르러 비장하게 떠난 길이었으나 평온한 마음을 품고 돌아왔다.


(내일 아침은 샌드위치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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