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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당 Jun 11. 2024

우울함에는 식단관리도 도움이 된다

#치앙마이 일년살기

요 며칠 치앙마이는 오후 늦게 비가 내린다.


하필 내가 운동을 가야 하는 시간에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그 핑계로 4일째 운동을 나가지 못했다. 운동을 가지 못하는 이유는 오토바이로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적당히 내리면 그냥 맞고 가겠지만 꽤 많이 내리는 수준이라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빗길 오토바이 주행을 할 생각은 없다.


3일 정도는 우울한 감정이 극에 달해서 이러다 죽겠다 싶을 정도로 힘이 들다가 지금은 약간 소강상태다. 우울함이 극에 달해서 공포감마저 들던 것에서 조금 나아져서 지금은 그냥 우울한 수준.


우울함과는 별개로 맛집을 하나 찾아서 매일매일 미각적인 즐거움은 만끽하는 중이었다. 치앙마이에 오면 반드시 가보세요!라고 하기에는 맛은 슴슴하다. 채식 전문점인데 딱 이런 음식을 먹고 싶던 터라 3일 연속으로 이 집을 방문했다.

(아마...내일도 갈 거고 내일은 볶음밥에 쏨땀을 시킬 거라고 이미 정해두었다...)


Chada Vegetarian Restaurant Chiang Mai


우울함이 극에 달했을 때 나도 모르게 자극적인 음식과 과자, 빵을 과하게 흡입했는데 이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꼈다. 불안을 더 자극하는 느낌이었다. 또한 아내 분의 우울증 극복을 위해 7년간 옆에서 고군분투하고 책도 내신 남성분의 영상을 보았는데, 이 분도 우울증에는 식단관리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식단관리를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다가 신선한 채소를 듬뿍 먹고 싶어서 채식 음식점을 찾아보았다. 단백질 보강을 위해 계란 정도만 추가로 먹어 주는데 속이 편안하다.


채식에는 유의사항이 있다. 채식만으로는 열량이 부족해서 먹는 양을 평소보다 더 많이 먹어줘야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이번에 찾은 집이 딱 그 원리를 실천할 수 있게 도와주는 집이다. 금액대도 높지 않아서 일반적인 양을 예상했는데 일반 음식점의 두 배의 양이 나온다.


사진으로는 판단이 어려운데 양이 일반 태국 음식점의 딱 두 배가 나온다


원래도 채소를 좋아하는 편이라 채식에 거부감이 없는데 이 집은 맛도 있으면서 자극적이지도 않고 양도 많아서 음식을 먹으면서 굉장한 행복감을 느꼈다. 다른 사람들은 양이 많아서 남은 음식을 포장하기도 하던데 나는 스프링 롤까지 추가로 시켜서 싹싹 긁어먹었다. 레몬그라스 차도 시켜봤는데 세상에? 너무 내 취향인 거라 집에서도 만들려고 시장에서 레몬그라스를 사 왔다. 레몬그라스 3줄기 정도에 5바트다. 집에서도 뜨거운 물만 부어서 양껏 레몬그라스 차를 만끽하고 있다.


두번째 방문한 날, 점원분께서 맛있었냐고 물어보셔서 자신있게 답변해드렸다.


"아로이 막막 카!!"

매우 매우 맛있습니다!!


태국은 불교의 나라답게 채식 음식 전문점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치앙마이에도 유명한 집들이 있는데 지금까지 다녀본 곳 중에서는 님만에 위치한 Anchan Vegetarian Restaurant과 이번에 간 집 이렇게 두 곳이 맛과 양의 측면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다. 찾으면 맛있는 곳들이 더 있을 것 같아서 앞으로도 종종 채식 식당 탐험을 나설 것 같다.


운동도 못 간 겸, 냉장고의 냉동실을 청소했다. 내가 지내는 숙소는 위치도 좋고 방의 크기도 나쁘지 않은데 지어진 지 워낙 오래된 곳이라 시설은 매우 낡은 편이다. 가전제품이 죄다 10년이 넘은 것들이다. 특히 냉장고가 제일 낡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한 달만 지나도 냉동고에 얼음이 두껍게 낀다. 주기적으로 '얼음을 캐내는' 작업을 한다.


살짝 녹으면 얼음이 금방 벗겨진다, 캐내는 맛이 있다


벌써 세 번째 청소를 하는 것인데 하다 보니까 얼음을 채취하는 맛? 이 있어서 얼음이 생기기만을 기다리기도 한다. 이제는 짬이 생겨서 오늘은 하나도 힘들지 않게 빠르고 신속하게 얼음 제거를 끝냈다.


자기 전에는 글을 좀 더 쓰고 책도 읽고 필사도 하고 내일 본다는 태국어 받아쓰기 시험 공부도 약간 할 예정이다.


불안해서 손발은 오돌오돌 떨리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천천히 나아가려고 노력 중이다.


예전에는 타인에게 그렇게까지 많은 관심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이토록 마음속에서 힘든 싸움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니 알 수 없는 연민과 유대감 같은 것이 피어 오른다.


당신 역시 오늘 밤 평안히 잠에 들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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