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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당 Jul 11. 2024

아프면 빨리빨리 병원으로

#치앙마이 일년살기

병원에서 장장 3시간을 보내고 겨우 집으로 귀가한 참이다.


아픈 것은 정확히 3일 전이었다. 잠자리에 들 때부터 목이 칼칼하더라니, 아니나 다를까 아침부터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코로나 비슷한 증상이라고 하면 증상에 대한 설명은 정확할 것이다.


이상하게도 나는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리는 성향이 있어서 이번에도 자가치료를 하기 위해 버텨보았다. (쓸데없이 약 먹는 걸 싫어한다) 발병 첫날은 잘 먹고 쉬어봤으나 차도가 없어 둘째 날에는 약국에서 약을 사다 먹었다. 그리고도 차도가 없자 3일째는 두 손 두 발을 다 들고 병원으로 향했다. 작년에 비슷한 증상에도 병원에 가고 버티다가 2주일이나 앓았었기에 이번에는 그럴 수 없었다. 작년의 교훈에서 뭔가 배우긴 했나 보다.


집 근처에 '치앙마이람 병원'이라는 곳이 있어서 그곳으로 향했다.


참고로 치앙마이는 은퇴자들의 성지 같은 곳이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의료시설이 잘 갖춰진 곳이다. 혹은 의료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서 은퇴자들이 모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병원에 들어서면 내가 접수창구를 찾을 필요도 없이 직원이 곧장 다가와서 안내를 해주기 시작한다.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 비싼 병원이라 그런지 앉아 있으면 직원들이 먼저 와서 이름을 불러주고 필요시 한국어 통역까지 붙여준다.


하지만 친절하다고 해서 방심은 금물이다. 간단한 진료에 3시간이 걸렸다는 것은 생각보다는 체계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태국의 일반적인 행정 치고는 빨랐고, 한국과 비교했을 때는 매우 느렸다.


1차 접수, 2차 기본 사항 확인(몸무게, 키, 혈압체크), 3차 의사 진료, 4차 코로나 검사, 5차 의사 진료, 6차 약 처방. 이렇게 6차에 걸친 관문을 통과하고서야 겨우 약을 받아 들 수 있었다.


하필이면 증상이 빼박 코로나라서 코로나 검사가 포함이 되었는데, 그게 무려 1시간이나 걸렸고 때마침 검사 끝난 시간이 점심시간이라 의사 선생님 식사를 기다려야 해서 또 1시간이 걸렸다.


이곳은 우리나라 대학병원 같은 느낌인데 죄다 외국인이나 부자들만 오는 곳이다


아파서 헤롱대는 와중에 계속 기다리고만 있어야 하니 영, 컨디션이 말이 아니었다.


다행히 코로나와 독감은 음성 판정을 받았고 의사 선생님이 청진기도 대 보고 목 안도 살펴본 결과 병명은 '급성 기관지염'으로 판단해 주셨다.


각종 검사비와 의사 진료비, 약값까지 총 15만 원가량이 청구되었다.


외국인 대상 병원인 데다가 코로나 검사가 포함되어서 비용이 많이 나왔다. 여행자 보험으로 커버가 되니 내 돈이 나갈 일은 없지만 이런 곳은 일반 태국 서민들은 접근조차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니 쓴웃음이 났다.


한국에서는 20분 컷인 진료를 3시간이나 받고 나서, 밖으로 나와보니 날씨는 어찌나 좋은지. 시간을 낭비한 건가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그래도 몇몇 이득을 본 게 있어서 위안을 삼았다.


병원 체중계를 통해 정확한 몸무게를 알았고,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도 확실히 알게 되었다.  


하늘은 또 이리도 맑다


얼마 전 생일이었기에 처방전에는 37이 아닌 38이라는 나이가 찍혀 있는 것을 보고는 묘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태국에서 병원 진료를 받았을 때는 거의 10년 전이라서 27인가 28이라는 숫자였단 말이지. 눈 깜짝할 사이에 10년이 지났고 뭔가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다행히 운 좋게 살아남아서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분명 몸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 이제는 아프면 바로바로 병원에 가야 할 몸상태가 된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정신 차려보면 다음번 처방전에는 48이라는 숫자가 찍혀 있을 텐데 여전히 운이 좋아서 살아 있는 상태라면 몸 관리를 잘한 상태로 그 시기를 맞이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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