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를 내려면 오히려 쉬어야 한다

#시끄러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일기쓰기

by 송송당

오늘은 토요일, 주중에 4회 정도 무에타이를 하고 나면 토요일 오전은 주로 매우 격렬하게 널브러지는 시간이다. 창문 밖에서는 새들이 신나게 지저귀고 공항이 도심에 붙어있는 치앙마이의 특징 상 종종 비행기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누워있다 일어난 참이다.


빈둥거릴 때의 가장 좋은 친구는 유튜브인데, 유튜브를 둘러보다가 '집중'에 관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영상 원본


미국의 신경과학자인 앤드류 후버만 교수가 집중에 대해 말한 영상인데 결론은 하루 종일 집중력을 유지할 수 없으니 한 번에 90분 정도씩 집중하고 중간에 휴식을 취해주라는 내용이다. 교수 자신은 하루에 3번 정도 집중 타임을 갖고 나머지 시간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을 처리한다고 했다.


꽤나 생각이 많아지는 내용이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하루 8시간 내내 집중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굉장히 압박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특히 전 직장은 재택근무를 채택했기 때문에 더 그랬다. 누가 보는 사람도 없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면 '그건 정말 나쁜 일'이라고 생각해서 불안한 눈으로 계속 슬랙(스타트업들이 주로 사용하는 메신저 + 업무 tool)의 모든 메시지를 확인했다. 또한 성과평가라는 것을 하지 않는가. 원래도 누가 감시하지 않아도 업무의 퀄리티가 낮으면 자존심이 상하는 성격이라서 과하게 일하는데 성과평가라는 것을 한다고 하니 더 일에 집착하여 결국 일과 개인 생활의 경계가 없는 삶으로 이어졌다. 이런 삶은 스타트업이라는 곳에서는 흔히 장려되는 삶인데 전 직장의 C레벨(임원진)들도 새벽에도 아랑곳 않고 슬랙에 게시글을 올려 알람을 울리게 만들었다.


슬랙 이미지, 나도 그랬고 동료 직원들 대다수가 슬랙 중독이었다


그래 성과.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직장인으로서 응당 회사에 제공해야 하는 가치이지만 회사는 성과가 무엇인지만 설정하고 성과를 성취하는 과정은 전혀 들여다보지 않았다. 이 지점에서 청년 창업가라는 타이틀을 지닌 CEO가 감정이 없고 악독한 기계처럼 느껴졌다. 나는 사업개발매니저라 주로 사업을 수주하는 역할이었는데 사업 수주를 위해서 내가 얼마나 야근을 하고 갈리는 가는 그들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사업을 따왔냐, 아니냐? 이것만 성과평가의 고려 대상이었고 내가 따온 사업의 개수로 점수가 매겨졌다.


이런 환경에서 내가 휴식을 생각할 수 있었겠는가?


혹은 내가 앤드류 후버만 교수의 영상을 더 일찍 보고 성과를 내기 위해 그의 방식을 채택했다고 하더라고 회사나 팀장은 이 방식을 인정해 줬을까?


저는 업무 성과를 위한 집중도 향상을 위해 휴식이 필요하니 90분마다 쉬고 칼퇴하고 회식에도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그런 시간을 견디고 지금 태국 치앙마이의 월세방에 앉아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치앙마이가 지상 낙원인 것은 아니지만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은 여기 다 있다. 무에타이 체육관, 너무 비싸지 않은 생활 물가, 치앙마이 대학교 도서관, 여러 카페 등등. 그리고 나도 잘 몰랐는데 치앙마이에서의 나는 앤드류 후버만 교수가 말한 집중 사이클을 일부 따르고 있었다. 오전에 두 시간 정도 집중해서 글을 쓰고 이후에는 장을 보거나 청소를 하다가 오후에 무에타이 체육관에 가서 한 시간 반 집중하여 운동한다. 그 이후에는 자유시간. 회사에 다닐 때는 불안해서 긴 글을 쓰기가 어려웠는데 그래도 지금은 매일매일 꾸준히 글을 쓰는 것을 보면 나의 집중력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것인가? 그런 생각도 든다. 신기하게도, 어떤 글을 써야지에 대한 아이디어는 글을 쓰려고 책상에 앉아있을 때가 아니라 글쓰기를 끝내고 쉬거나 걷고 있을 때 떠오른다.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쉬어줘야 한다.


이건 내가 어려움을 겪는 부모님과의 관계에도 적용되는 내용일 것 같다. 부모님은 일평생 나에게 본인들이 원하는 것을 몰아치듯 말씀하셨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해라, 내가 원하는 대로 해라, 내가 원하는 대로 해라. 내가 스스로 생각하고 쉬어갈 틈을 주지 않으셨다. 그들의 말씀을 따르지 않는 것은 '불효'라고 했다. 회사가 '성과평가'라는 무기를 사용했다면 부모님은 '효'라는 무기를 사용한 것이다. 효의 자매품으로 '다른 집 자식들을 어떻다더라, 내가 살 날이 얼마나 남았겠냐'도 있었다.


부모님도 중간중간 나에게 휴식을 주었다면. 24시간, 일평생 내내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가끔만 그러셨다면 나는 부모님이 원하는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부모님과의 관계에서도, 회사에서도 벗어나 자체 휴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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