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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애프터 치앙마이

by 송송당

요즘 쿠팡플레이에서 보는 '더 라스트 오브 어스 The Last of Us'라는 미국 드라마를 보고 내내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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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는 시즌 2가 진행 중이며 미국과 거의 동시에 방송 중이기에 현재는 매주 수요일마다 새로운 에피소드가 공개되는 중이다. 어제는 시즌2의 6화가 공개되어서 보다가 오열한 것이다.


유명한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곰팡이균에 감염된 좀비로 인해 인류 문명이 망해버린 상황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다.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를 다룬 그 유명한 '워킹데드'라는 드라마와 비슷할 수도 있는데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사뭇 다르다.


여튼, 이 드라마가 미국 전역에서 시청률 1위를 찍는 기염을 토한 이유는 주인공들의 관계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연히 한 소녀를 만나 소녀에게 아버지의 사랑을 주는 중년 남성과 소녀의 이야기가 구구절절하게 마음에 와 닿는다.


당연히(?) 처음에 둘은 잘 맞지 않고 티격태격 했지만 결국에는 서로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된다. 하지만 14세의 소녀가 성장하면서 또 서로 엄청난 갈등을 자아내기도 한다.


어제 공개된 시즌 2 6화는 몇 년 간 둘의 관계가 어떠했는지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내용이었는데...여기서 예상치도 못하게 빵 터져버렸다.


무뚝뚝하고 어설픈 남자 주인공이 소녀의 생일을 챙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나 자신이 이해하기는 어려워도 소녀를 아껴주려는 모습에서 내 어린 시절이 교차되어 버렸다.


모니터 속 그들의 모습이 부러워서 한참 울었다.


폭력적인 아빠와의 관계는 정리가 된 줄 알았다.


따뜻한 아버지의 모습이 나오는 드라마를 보고 오열하다니. 아직 내 마음 속에는 풀리지 않은 무언가가 남아있나보다.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소녀)의 연애사에 대해 젠틀한 태도로 접근하며 상대방이 소녀와 사귄다면 그건 그 사람이 행운이지라고 말해준다. (Lucky to have you)


연애사 비스무리한 것과 관련해 아빠가 나에게 일평생을 거쳐 해준 말은 단 두 마디다.


첫번째는 대학교 신입생때 환영회가 끝나고 새벽에 들어오자 한 말이다.


"너 누구랑 자고 왔어!"


두번째는 30세가 되어서 TV를 보고 있던 나에게 건넨 말이다.


"결혼해라."


아무리 무뚝뚝하고 자식을 기른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를 못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하지 않나...


두번째 말을 할 때는 나도 열이 받아서 아빠에게 대들었다.


"내가 짐승이에요 교배시키게?!"


결혼을 하기를 바라면 일단 사귀는 사람은 있는지, 아니 결혼은 하고 싶은지 먼저 물었어야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이 모든 것을 건너뜀으로서 자신이 원하는 것은 나의 행복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내가 누구와 결혼을 하건, 어떻게 살건 그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 소녀의 생일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모습도 나온다.


아빠는 생일이 되면 "태어나게 해주었으니 나에게 고마워 해야지"라는 말을 지껄였다.


이제는 아빠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 같은 것은 사라졌다. 그저 어린 시절에 남은 상처가 아직 다 회복이 되지 않았구나. 드라마를 보면서 오열을 하는 와중에 이 마음을 알아차리고 나에게 계속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나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이 '부모의 사랑'이라는 낯선 감정은 왜 이리도 항상 부러운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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