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의 금주가 끝났다

#불안장애

by 송송당

제목 그대로다, 2년간의, 800일 하고도 몇십일 간의 금주가 끝을 맺었다.


앞선 두 번의 글에서 계속 술의 유혹이 있었음을 고백했다.


세 번째 유혹은 결국 견디지 못했다.


나는 제발 기절한 듯 쓰러져 내 시간을 버려버리고 싶었고, 술을 들이켰다.


2년여 만에 술을 마신다고 했으면 술이 약해졌을 것을 생각했어야 했다.


나는 전혀 내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이전처럼 과음했다.


그런 상태로 신경안정제를 복용하지 않았다.


그래도 신경안정제와 술을 함께 먹어서는 안 된다는 건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그 결과는??


기절한듯 쉬기는 커녕 약간의 공황발작이 온 듯,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완전히 잊은 채 죽는 것 말고는 역시 방법이 없는 걸까 하면서 어린아이처럼 몇 시간을 엉엉 울었다.


대 실패였다.


당연한 건데 너무 오래 술을 마시지 않고 있어서 그걸 까먹고 있던 내 탓이 크다.


다행히 그 주 주말에 바로 병원 예약이 있어서 내 상황을 모두 말했다. 담당 의사 선생님은 약을 새로운 것으로 바꿔 주었다.


애초에 술의 유혹에 넘어간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회사 스트레스가 커지고 이로 인해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 밤에 잠에 제대로 들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새로 추가한 약은 그 심장 두근거림을 잡아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나는 살기 위해 참 많은 일을 했다.


정처 없이 여행을 다니기도 하고, 잦은 이직을 하기도 하고, 격한 운동을 하기도 하고, 술을 마시고, 때로는 흡연을 했다. 아, 참고로 유튜브의 경우도 ASMR류의, 감정을 낮춰줄 수 있는 영상을 위주로 본다.


불안장애 증상이 본격화된 이후로는 병원도 착실히 다니고 술도 2년간 마시지 않고 심리상담도 받았다.


그러나 결국 돌고 돌아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기분이다.


회사 스트레스에 대해 말하자면, 나에게 권위적으로 다가오는 대표와의 대화에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졌다. 그는 내가 대표에게 한 정당한 피드백에 크게 화를 내더니 이런 식이라면 나에게 성과평가를 좋게 줄 수 없다는 협박 같은 것을 했다. 내가 공격적이라 비난하며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너무 자주 당한 가스라이팅이라 그려려니 넘길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아빠처럼 구는 이런 사람들을 견딜 수가 없다.


어떻게든 나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게 만들기 위해 온갖 협박을 일삼는 사람들.


오랜 시간이 지났고, 심지어는 지금 집과의 연락도 차단한 상태임에도 나는 아빠와 비슷하게 구는 사람들에게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 스트레스는 결국 내가 다시 술에 손을 대는 좋은 핑계가 되었다.


멍하니 있다가 병원 진료를 마치고 강릉에 내려온 참이다.


잠깐 겨울 바다를 보면서 머리를 식혔다.



여기서도 술을 마시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논알코올 맥주를 마셨다.


새로 처방받은 약을 먹고 잤는데 심장이 몇 시간이고 심하게 두근거리는 증상은 확실히 잡힌 것 같다.


오랜만에 온 강릉은 예전과는 너무 많이 달라졌다.


친구와 걷던 허허벌판 같았던 길에는 가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서 거리를 알아보지도 못할 정도다.


세상이 이렇게 계속 변화하는 것처럼, 나도 계속 변화하는 것일 테니 너무 우울해하지 말고 다시 변하면 되는 걸까.


상태가 좋아졌다가 나빠졌으니 다시 좋아지면 되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억지로라도 긍정적인 생각을 해보려 노력 중이다.


한 가지 더, 오래 금주를 하며 이 '금주'라는 것에 너무 집착을 하고 있던 것이 실패의 요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금주를 하되, 이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가볍게 대했어야 하지 않을까.


금주가 뭐라고, 나는 그냥 원래 술 안 마시는 사람이고 별거 아니야~~


나는 대신에 이를 악물고 내 인생의 사활을 걸고 모든 부담을 어깨에 짊어지고 금주를 했었다.


누군가 비슷한 고민을 하며 이 글을 읽는 분이 계신다면 참고가 되시길 바란다.


여튼, 지금의 내 감정 상태는 더이상 떨어질 곳이 없는 어두컴컴한 동굴의 바닥 같지만 일단 동굴 바닥에 닿음으로써 급한 불을 껐으니 이제는 주위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손을 뻗어 더듬거려 봐야겠다.


일단 상황을 파악하고 천천히, 너무 급하지 않게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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