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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당 Jan 01. 2024

새해를 이겨내기

#치앙마이 일년살기

23년 12월 31일에서 24년 1월 1일로 넘어가는 새해. 치앙마이는 말 그대로 난리가 났었다.


최근 다시 우울함에 빠져있는 나는 행사장 부근을 슬쩍 둘러보기만 한 후 서둘러 귀가해서 난리의 현장은 숙소 밖에서 들리는 커다란 폭죽 소리와 SNS 게시물로 확인했드랬다.


원래 SNS는 하지 않는데 정보를 얻기 위해 연결해 놓은 페이스북 계정으로 들어가 보니 태국인들이 올린 새해 행사 관련 게시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치앙마이에 이렇게 사람들이 많았나 싶을 정도로 행사장에 인파가 몰렸고 도심 일부에서는 새해 카운트다운에 맞추어 풍등도 날린 것 같았다.


치앙마이 새해 행사 모습. 풍등은 예쁜데 환경오염은 어쩔 것인가...


카운트다운 행사 말고도 태국인들은 곳곳에 모여서 파티를 열고 음주가무를 즐겼는데 나에게도 30일, 31일 두 번의 파티 참여 기회가 있었지만 참석하지 않았다. 술 마시는 분위기에 휩쓸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30일에 있었던 파티는 무에타이 체육관에서 진행한 파티인데 어제오늘 단톡방에 파티 사진만 못해도 백 장이 올라왔다. 아주 뽕을 뽑고 논 것으로 보인다.


참 잘 노는 민족이야, 이번에 다시 한번 느꼈다.


나의 태국에 대한 이해도는 수박 겉핥기 수준이겠지만, 이런 수준의 내가 보아도 태국 사람들은 정말 잘 논다. 어떻게 보면 '오늘만 산다' 싶게 보인다.


단적인 예로 각종 축제나 행사만 했다 하면 음주운전이 급증해서 태국 최대의 축제인 '송크란(물 뿌리며 노는 축제)' 때에는 태국 전역에서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자 수만 200여 명이 된다고 한다.(!!!) 꼭 송크란이 아니어도 이번 연말에 모임하고 술취한 채로 오토바이 타고 귀가하는 태국인들을 더러 보았다.


잘 노는 것뿐만 아니라 이것을 외부로 알리는 것에도 열심히라 사진을 찍고 이것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서로 좋아요를 눌러주기 바쁘다.


그래서 '태국인들은 항상 즐겁네'라고 생각해 버리려다가 검색해 보니 태국의 사망 원인 중 두 번째가 우울증일 정도로 우울증이 만연해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연관해서는 태국의 마약 문제가 깡시골까지 퍼져있다는 기사도 함께 검색이 되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태국인들이 이렇게까지 노는 것을 좋아하고 즐거워 보이려고 하는 것은 어떠한 스트레스가 있고 이것을 잊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 같은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보았다.


내가 태국인이고, 어느 정도 교육도 받았는데 임금 수준은 개차반이고, 생활수준의 개선의 가능성은 크지 않은데, SNS등을 통해 '하이쏘'라고 불리는 소수가 부를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면 나도 노오력은 포기하고 그냥 유흥이나 즐기면서 시간을 보낼지도 모르겠다.

*하이쏘 : High Society의 줄임말로 태국에서는 부를 독점한 소수의 왕족, 화인(중국계 태국인 집단)을 의미


하지만 유흥은 불안을 숨기는 미봉책일 뿐이라는 것을 이미 너무 잘 알고 있어서 태국인들의 유흥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전력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새해맞이 행사와 파티에는 불참했지만 우울한 기분을 환기시키고자 새벽부터 일어나서 기차표를 끊고는 치앙마이에서 1시간 반 거리의 '람빵'이라는 곳에 1박 2일 일정으로 여행을 왔다.


나도 나름 태국에서 많은 도시를 가봤다고 생각하지만 람빵은 정말 압도적으로 '조용하다'라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나름 북적거리는 치앙마이에 있다가 오니 더욱더 그렇다.


전주 한옥마을 거리같은 포지션의 람빵 여행자 거리
람빵을 흐르는 하천 주변으로 산책로가 잘 꾸며져 있다
람빵의 상징이 수탉이라 곳곳에서 벽화나 조형물을 볼 수 있다. 그 중 가장 강렬했던 벽화 (닭 표정 보소)

이 평화로운 람빵에 와서도 불안을 느끼며 다소 심장이 두근거렸고 부정적인 생각을 떨치지 못하며 길을 걸었다.


나를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게끔 하는 모든 것에 신경을 끄고 눈앞의 현실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아직은 그 방법을 모르겠다. 그저 타인들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아야겠다, 그런 다짐을 하고 또 했다. 이렇게 불안정한 마음 상태에서 자칫 잘못했다가는 나도 자포자기하고 유흥이나 즐겨야지라는 생각을 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는 유흥은 음주를 포함한 것이고 아직 나는 음주를 스스로 컨트롤할 자신이 없다. 가능하다면 금주는 가능한 오래 깨고 싶지 않다.


람빵에서는 오토바이를 빌리지 않아서 오늘만 16,000보를 걸었고 지금 또 나가서 걸을 참이다. 불안하고 우울한 기분을 완전히 없애는 방법은 모르겠으니 끊임없이 움직이는 수 밖에는 없다. 움직인다는 것은 걷기, 무에타이처럼 운동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고 오늘 람빵이라는 도시로 온 것처럼 환경을 바꾼다는 것이기도 하다.


새해의 들뜬 분위기를 이겨내고 불안과 우울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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